한은 보고서로 보니… 윤석열 정책, 이재명 정책에 판정승

입력 2021-12-10 00:0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환적 공정성장’을 내세우며 기본소득 지급 등 정부 주도로 민생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는 민간이 중심이 되고 정부가 돕는 경제생태계 복원과 일자리창출에 주안점을 둔다. 코로나19 대응책도 이 후보는 기본소득의 전단계라 할 수 있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내세우는 반면 윤 후보는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지급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우리 경제 여건상 어느 후보의 정책을 적용하면 좀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보고서는 통계청의 고용통계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취업자수는 지난해 2월 100을 기준으로 볼 때 올해 10월 99.87로 코로나 이전 수준의 99.9%를 회복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1일 저녁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용이 99.9% 회복됐다”고 했다. 그러나 비농림 민간부문 취업자수는 98.88%로 상대적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즉 고용회복률 99.9%는 정부주도의 단순 일자리 증가 덕에 호전된 숫자에 불과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려면 윤 후보가 주장하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셈이다.


지난 1월 5.4%로 치솟았던 실업률 역시 3.2%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2월 실업률(3.4%)은 물론 자연실업률(3.7%)을 한참 하회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27.7%였던 4개월이상 장기실업자 비중이 올 들어 1분기 30.0% 2분기l 31.5% 3분기 31.4% 등으로 크게 뛰는 등 실업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수 증감폭을 보면 상용 비대면 서비스 취업자는 44만5000명 늘었으나 대면서비스에선 8만3000명 감소하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각각 8만3000명, 5만8000명 줄어드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그간 정부의 수차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2019년 대비 가계의 흑자율은 3분기 현재 5.5% 늘어났다. 가구당 흑자액이 처분가능소득의 7.6%인 310만원으로 상당한 규모의 초과저축이 축적된 것이다. 저축이 늘었다는 것은 소비 진작을 통한 생산 증가와 고용확대로 이어지는 경기선순환을 기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통화지표를 봐도 가계는 신용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주식이나 부동산 등 비통화성 자산운용에 활용함으로써 신용증가율이 가계의 총통화(M2) 증가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2 증가율이 지난해 하반기 9%대에서 올 하반기에 11~12%대로 크게 늘어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한참 웃돌고 있는 점 또한 실물요인보다는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요인의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음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 지급은 가뜩이나 높아진 인플레에 불을 질러 전체 경제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보다는 코로나 피해계층에 필요한 맞춤형 자금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일자리 복원에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윤 후보의 자영업자 손실보상책도 보완책으로 수긍하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