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사랑이 곧 이웃 사랑… 여기서 복음의 공공선은 시작돼”

입력 2021-12-10 03:04
강단 위의 월터 브루그만 명예교수. 코로나 위기 속에서 그는 하나님 사랑이 곧 이웃 사랑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코로나 2년째,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하면서 현대 과학으로는 여전히 바이러스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위기는 성도들의 삶을 나락으로 내모는데, 우리는 아직도 바이러스가 가져올 위험을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두려움과 분노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삶의 터전 밖으로 쫓겨나는 취약함이 계속해서 노정되고 있다.

우리 시대 최고의 구약학자인 월터 브루그만 미국 컬럼비아신학교 명예교수는 성경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을 떠올린다. 바로 출애굽기와 예레미야, 이사야다. 최신작 ‘월터 브루그만의 복음의 공공선’(두란노)은 구약학의 대가가 내놓은 코로나 위기에 대한 성찰이다. 브루그만 교수는 미국 유니온신학교에서 신학박사, 세인트루이스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든신학교와 컬럼비아신학교에서 구약학 교수로 일했다. 미국연합그리스도교회 소속 목회자로 활동 중인 세계적 신학자다. 지난해 코로나 발병 직후엔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IVP)를 내놓은 바 있다.


먼저 출애굽이다. 저자는 곡물 독점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착취 경제 속에서 노예 생활을 강요한 바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작이라고 말한다. 현대 사회 가장 큰 위기인 부의 불평등, 부유한 경제 속에 가난을 철저히 용인하고 저임금 일자리에 갇힌 값싼 노동력을 양산하는 악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애굽 뒤에는 광야다. 생존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이곳에서 만나를 내리는 하나님을 만난다. 일용할 양식 이외에 필요 이상 축적하는 만나에는 이튿날부터 벌레가 생기고 냄새가 난다.(출 16:20) 물건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사재기를 보인 팬데믹 초기가 떠오른다.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만난다. 바로의 시스템이 아니라 여호와를 믿고 사랑하고 섬기라는 1~3계명, 이웃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착취하지 말라는 5~10계명, 안식일을 통해 공동체를 가꾸라는 4계명을 얻게 된다. 이어 신명기에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빚 탕감, 빚에 이자를 붙이지 말 것, 가난한 이에게 뭔가를 빌려줄 때 담보를 요구하지 말 것, 품삯을 미루지 말 것, 나그네와 고아를 불의하게 대하지 말 것 등의 규정이 나온다.

저자는 이스라엘 멸망을 예언한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지혜와 힘과 부를 자랑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하나님, 사랑과 정의와 공의로 인도하는 하나님을 소개한다.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선 하나님을 아는 것이 곧 이웃을 인정하는 것이고,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임을 역설한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생각이나 경건이 아닌 실천을 통해 이뤄진다는 결론, “하나님에 대한 모든 옳은 지식은 순종에서 비롯한다”는 장 칼뱅의 결론까지 소개한다.

코로나 시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더욱 떼려야 뗄 수 없으며, 여기에서 복음의 공공선이 시작된다. 나만을 위한 신앙에서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신앙으로 가는 여정 한 가운데에 코로나를 만난 인류가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