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흔들린 신앙에 힘들어하던 호랑이 선생님 주님 사랑 부어지며 제자들에 복음 전해

입력 2021-12-13 03:09

대학 졸업 후 중등 사회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남보다 앞서가는 교사가 되기 위해 무슨 일이든 반듯하게 했고, 학생지도도 누구보다 철저하고 엄격하게 했다. 수업시간에 눈을 맞추지 않거나, 졸거나 장난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수시로 공포의 쪽지시험을 보며 매를 들자 학생들은 수업시간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 어느 새 깐깐하고 무서운 ‘땡삐’ 교사로 소문이 났고, 해마다 학생부로 업무가 배치돼 거친 학생들과 독한 학부모도 제압해 나갔다. 웬만한 학생 사안도 거의 다 해결해 나가자 학생들은 경찰 또는 여검사라고 불렀다.

학교를 옮기고 한마음교회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교회는 다녔지만 세상과 신앙 사이에 끼여 힘들어 하던 중에 친구는 성경공부를 하자고 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보고 아니면 쿨 하게 떠나야지.’하며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성경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는데, 성경을 알아 갈수록 구약과 신약을 짜 맞춘 허구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숨바꼭질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으니 마음만 더욱 간절해졌다. 열심히 복음서를 읽고, 자다가도 일어나 기도하며 몸부림쳤다. 그러다 중2 교과내용 중 ‘로마의 크리스트교 성립’ 단원에 예수에 대해 조사하는 숙제를 발표할 때 아이들과 나눈 대화가 내 믿음의 결정타가 되었다.

“얘들아! 너희들 이거 믿어?” 했더니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떻게 사람이 물 위를 걷고, 죽은 자를 살리고, 또 죽었다가 살아나요?” 했다. “그래 맞다. 그럼 너희들 뭐 보고 숙제했어?” “두산 대백과사전요.” “그럼 그 책이 허구를 쓴 책이야?” 수업 후, 나는 바로 도서관에 들어가 위인전, 역사책, 사전을 뒤지기 시작했다. 십자가 사건과 부활, 베드로와 바울을 비롯한 제자들의 삶, 로마의 역사, 콜로세움과 카타콤 등의 증거와 증인들의 기록을 보는 순간, 부활이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임이 정확해졌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본 후에야 제자들이 믿은 것처럼, 부활이 확증되자 바로 도마처럼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했다.

부활은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 수 있는 마스터 키였고, 영원한 세상을 볼 수 있는 비밀의 열쇠였다. 마침 목사님께서 강대상 옆에 놓인 꽃을 가리키며 “여러분! 이 꽃은 살아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죽은 꽃입니다.” 하실 때 깜짝 놀랐다. 아무리 화려해도 뿌리에서 잘리면 이미 죽은 꽃이듯, 하나님과 관계가 끊어진 나도 하나님 보시기엔 이미 죽은 자였다. 살려달라는 기도가 바로 나왔다. 이 땅에 오셔서 우리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 승천하여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아 계신 분! 그 분으로부터 내려오는 생명 줄이 선명하게 보이자 바로 그 줄을 꽉 잡았다. 그리고 내 멋대로 살았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님으로 영접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니 주변 환경이나 사람이 전혀 마음에 걸림이 되지 않았다. 하나님의 사랑이 부어지니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하나님의 귀한 자녀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몇 개월이 지나자 어느 학생이 “선생님, 그냥 1학기 때처럼 하시면 안 돼요?” 했다. “내가 뭘?” 했더니 1학기 때와 달리 지금은 잘못해도 ‘괜찮아’ 하니까 적응이 안 되고 오히려 무섭다고 했다. 선생님들도 무슨 일 있느냐며 자주 물었고, 그 때마다 ‘예수님 믿은 거 밖에는 없는데요.’라고 했다.

2009년을 잊을 수 없다. 교장, 교감 선생님도 매일 걱정하고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남중 3학년 담임을 맡았다. 도망 다니며 담배 피우는 학생, 반발하기 시작한 모범생, 말하지도 눈을 맞추지도 못하는 학생, 게임 중독으로 결석하는 학생, 기절놀이 하다가 구급차에 실려 입원한 학생, 조울증으로 정신 병동에 입원한 학생들이 있었지만 주님께서 부어주시는 사랑으로 한명 한명을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며 진심으로 다가가며 복음을 들려주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학년말에 가서는 문제아도 사라지고 꼴찌학급에서 11과목 모두 1등을 한 것이다. 이 사실이 교육청에 알려져 관내 같은 교과 선생님들을 모시고 수업과 학급경영 발표를 했고, 교육감 표창에 해외 연수 기회도 주어졌다. 사람을 쳐다보지 못하던 아이는 예수님을 영접하여 기쁘게 살고, 담을 넘어 도망가던 아이는 인천에서 명문고를 나와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 아침마다 집으로 찾아가 태워 등교시키던 정신병동 입원 복학생은 교회에서 예배도 드리고 공고에 진학하여 반에서 5등을 했다는 연락도 받았다.

학교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지다. 기독학생 동아리활동을 지도하며 교과 내용과 관련해 늘 복음을 전한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학생들이 많지만 그때마다 주님이 부어주시는 평강과 기쁨, 지혜로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인도해 주시는 주님 때문에 날마다 행복하다. 코로나로 학교활동이 제한되는 대신 선교회 홈피를 통해 꾸준히 말씀을 들려준다.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시고, 길을 인도해 주시는 주님만 바라보며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학교로 향한다.

이은경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