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메탈 쟁탈전’에 불이 붙었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금속)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전기차 생산업체, 배터리 업체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금속 확보에 나섰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전기차 및 에너지 저장 장치에 필요한 리튬 수요가 지난해 4만t에서 2030년 85만t까지 치솟는다고 관측했다. 2030년에 코발트 수요는 23만t, 니켈은 345만t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0배나 폭증하는 것이다.
수요 폭증은 공급 부족을 부를 수밖에 없다. 원자재 시장 조사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올해 리튬 공급 부족량이 약 1만t이었지만, 2025년 18만9000t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품귀현상을 보인다는 예측이 나오자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은 ‘금속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는 리튬광산업체 융이와 4억6000만 위안(약 84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원재료 확보에 나섰다.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은 아르헨티나에 리튬 염호를 보유한 캐나다 밀레니얼리튬을 2억9730만 위안(약 540억원)에 인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의 ‘벌칸에너지’, 제련기업 ‘QPM사’ 등과 니켈, 코발트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코발트 생산업체인 스위스 글렌코어와 2025년까지의 구매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는 지분 투자 및 장기 구매계약으로 주요 광물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예정이다.
아예 ‘금속 의존도’를 낮추는 차원에서 코발트, 니켈 등을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를 연구하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일본 닛산은 2028년까지 코발트 없는 전기차 배터리를 도입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에서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을 선언했었다. 테슬라는 니켈, 코발트 등을 포함하지 않는 ‘LFP(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모델 생산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배터리 소재의 전략물자화, 전략무기화 조짐도 보이자 각국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낸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6월 코발트와 니켈을 공급망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하는 국가 청사진을 발표했다. 배터리 원자재 채굴 및 가공 등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자 자국 안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도록 공급망 재편에 나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지난 8월 ‘희소금속 산업 발전 대책 2.0’을 발표하며 니켈, 리튬 등 희소금속의 평균 비축물량을 56.8일분에서 100일분까지 늘렸다. 산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가격 안정화를 위해 원재료 수급이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면서 “배터리업체들은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를 위해 공급업체와 장기계약을 맺거나, 폐배터리에서 원재료를 뽑아내는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