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위험성 놓고 세계 각국 보건당국·제약사 ‘온도차’

입력 2021-12-09 04:05
AP연합뉴스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의 위험성에 대한 각국 보건 당국과 현장 의료진, 학계, 제약업계의 견해가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보건 당국 등은 감염자 증세가 경미한 수준에 그친다고 보고 있는 반면 제약업계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출현 후 2주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 주를 이룬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7일(현지시간) AFP통신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에 대해 “(중증도 면에서는) 거의 확실히 델타 변이보다 심각하지 않다”며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심지어 덜 심각할 수 있다는 기미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추적 중인 일부 환자군을 보면 감염자와 입원환자 비율이 델타보다 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의학연구위원회 에이즈·결핵연구실 책임자 파리드 압둘라 박사는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새로운 오미크론 발병에 관한 핵심 질문은 질병 중증도가 다른 변이와 유사한지, 더 경미하거나 더 심각한지 그 여부”라며 ‘중증도의 가장 좋은 지표’인 병원 내 사망률이 최근 감소했음에 주목했다.

그는 오미크론 출현 이후인 지난달 14~29일에 프리토리아주 스티브 비코츠와니 지역 병원단지에 입원한 환자 166명 중 사망자는 10명으로 6.6%에 그쳤다고 전했다. 그중 1명은 코로나19와 무관한 아동이었다고 한다.

압둘라 실장은 “지난 18개월 동안 단지에서 사망한 비율이 17%인 것과 비교하면 호의적”이라며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가 발표한 전국 전체 입원 중 사망률 23%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행사에서 남아공에 경증환자가 많다는 최신 연구 결과만으로 오미크론의 위험성을 결론짓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코로나19에 취약한 60세 이상 연령대가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빨리 퍼지는 바이러스가 있다는 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며 “빠른 전염은 변이 바이러스가 수십억명 몸에 들어갈 수 있고 또 다른 변이가 더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오미크론의 위험성에 대해선 좀 더 시간을 두고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파우치 소장도 남아공 인구가 젊은 편이라 입원 확률이 더 낮다는 점을 들어 데이터에 대한 과잉 해석을 경계했다. 중증 증세가 나타나려면 몇 주가 걸린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파우치 소장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닥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전염병학자 에밀리 걸리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오미크론의 경증 추세가) 사실이라고 해도 놀랍지 않지만 아직 그렇게 결론을 내릴지 확신하진 못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