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감염 사태로 A교회 목회자 부부가 사회적 지탄을 받았습니다. A교회는 지난 7일 사과문을 올리고 “오미크론 확산의 단초가 된 것은 교회 책임이고 잘못임을 인정한다.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교회 주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지역사회 회복을 위해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부목사 부부는 지난달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로 아프리카를 다녀왔습니다. 방역 당국은 아프리카 방문을 막지 않았습니다. 부부가 입국했을 때도 특별 관리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미크론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귀국 다음날 PCR 검사결과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습니다.
부부는 일일 코로나 환자가 수천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특별 관리를 받지 못했습니다. 보건 당국도 폭증하는 업무 때문인지 확진자 설문을 형식적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확진된 환자도 병실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집에서 기다리라”고 말했습니다.
집에서 대기하던 이들에게 지난달 29일부터 꿈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오미크론 감염 우려가 있다는 통보가 온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런 감염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지난 1일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습니다. 귀가 때 도와줬던 외국인 성도도 재검을 했는데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습니다.
그때부터 목회자 부부는 ‘거짓말 한 오미크론 목사 부부’로 낙인찍히기 시작했습니다. 부부는 시청에 항의했다고 합니다. “오미크론이 도대체 뭡니까. 직업 등 개인 정보를 이렇게 유포해도 되는 겁니까.” “저희가 한 게 아닙니다.”
정부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방역지침 강화를 선언합니다. 목회자 부부가 섬기는 교회는 폐쇄조치가 내려졌고 담임목사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들 부부는 방역 당국에서 변종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이 크다고 사전에 경고해줬다면 아프리카에 가지도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입국 시 지침이라도 있었다면 수용 시설에라도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전화를 받았던 사모는 “방역차가 어떤 의미였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고 귀국 후 동선을 서류에 꼼꼼히 쓰게 했다면 전화로 했던 것처럼 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부부는 개인정보를 흘린 방역당국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개인정보가 어떻게 흘러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린 자녀의 사진까지 유포되고 있던데 너무한 것 아닙니까. 불쌍한 우리 아가들이 과연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장소와 직업을 가리지 않습니다. 교회도, 병원도, 구청도, 시청도, 질병관리청에서도 얼마든지 감염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으므로 특정 환자의 감염 상황, 직업 등 개인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는 ‘감염법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4조에 따라 불법입니다.
법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건강진단, 입원치료, 진단 등 감염병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자 또는 종사하였던 자는 그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업무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만약 이 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보건소, 구청, 시청, 질병관리청 관계자 중에서 누군가 그걸 흘렸습니다. 미국 같았으면 소송감입니다.
외국에 머물다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방역을 철저히 해 감염병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사생활까지 침해하면서 개인 감염 정보를 함부로 유포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버스 지하철 백화점 대형마트 이용자를 조사했다면 교회보다 훨씬 많은 감염자가 나왔을 것이다. 왜 특정 개인과 직업, 시설을 명시해 악마처럼 만드는가.”
감염병 확산 예방을 이유로 개인 질병 정보가 버젓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민주 국가의 한복판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임의로 수집하는 불법 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기도 합니다. “방역을 빌미로 개인의 사생활을 함부로 침해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망령이 나타나고 있다”는 성도들의 우려가 제발 기우에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