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오미크론 낙인찍기 광풍… 아쉬운 당국 대응

입력 2021-12-09 03:02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 연구원들이 8일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 전장 분석 시스템'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분석, 오미크론 등 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A교회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과 관련해 7일 “교회 소속 목회자 부부가 방역 당국의 초기 동선 파악에 정확한 설명을 못 해 대응에 혼선을 빚게 했다”면서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이번 사건은 예배를 지키기 위해 방역에 힘썼던 한국교회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목사와 한국인 사모에게 사정을 들어봤습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부목사 부부는 지난달 15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거쳐 나이지리아에 도착했습니다. 학술대회를 마치고 23일 나이지리아에서 출발해 24일 오후 3시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부부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 방역 담당자는 “24시간 안에 PCR 검사를 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마중을 나온 외국인 성도의 차를 타고 보건소에서 검사를 마친 이들은 집에 돌아왔습니다.

안타깝게도 다음 날 부부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습니다. 보건소 관계자는 사모에게 전화를 걸어 “방역차를 타신 거죠” 등 단답형 질문 수십 개를 던집니다. 20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사모는 비몽사몽간에 “예, 예”라고 답했습니다. 다행히 운전을 도왔던 외국인 성도는 음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난달 2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면서부터입니다. 부부는 지난 1일 최종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습니다. 외국인 성도도 재검에서 양성 판정을 받습니다.

그리고 조사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오미크론 거짓말 목사 부부’로 낙인찍혔습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어린 자녀의 얼굴과 초등학교까지 알려졌습니다. 사건이 광풍처럼 지난 다음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맞으라고 했던 백신은 어떤 효과가 있었던 걸까. 방역 당국은 전파력이 강한 변종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퍼지고 있다는 정보가 분명 있었을 텐데 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을까. 하루에도 수백, 수천명이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들어왔는데 전파력 강한 바이러스가 이미 국내에 퍼져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오미크론은 코로나19처럼 언젠가 한국에 엄습했을 것입니다. 국민이 감염병에 걸려 신상이 털리고 망신을 당하는데, 황당하게도 개인 정보를 준 쪽은 국가입니다. 형식적 관리를 해놓고 사전 대책도 마련해 놓지 않고 아픈 국민에게 대답을 똑바로 하지 않았다고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입니다.

한국은 백신 접종률이 83.3%입니다. 미국은 59.5%지만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닙니다. 인원 제한 규정도 없습니다. 일본에선 집단면역을 이뤘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한국에선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면서 예상했던 것 아닙니까.

전염병과 공존해야 하는 시대에 반복되는 망신주기, 분노의 희생양 찾기는 개인에게도, 공동체에도, 방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도 한국교회는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