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 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증가세가 크게 감소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확인됐다. 그러나 최근 2금융권에서도 대출 총량이 차오르면서 신규 가계대출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내년부터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제2금융권까지 포함된다. 당분간 ‘대출 한파’가 지속될 전망이지만 내년 대선 이후 가계대출 옥죄기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융위원회가 8일 공개한 ‘11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10월 5조1000억원에서 11월 2조9000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같은 기간 1조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3배가량 늘어났다.
같은 날 나온 한국은행의 ‘11월 금융시장 동향’을 봐도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월 말 1060조9000억원으로 10월 말보다 3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5월(-1조6000억원)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76조9000억원) 증가액은 2조4000억원으로 3년 9개월 만에 최소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크게 늘었다.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증가액(1조4600억원)이 가장 많았다. 시중은행 등 1금융권 중심으로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이뤄지면서 주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한 탓이다. 급증한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새마을금고는 지난달 29일부터 가계대출을 한시 중단키로 했다.
1·2금융권 대출 문턱이 한꺼번에 높아지면서 대부업체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 역시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 기조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내년 3월 대선 이후의 금융 정책은 상당한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 서울대에서 열린 금융경제 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가난한 사람은 이자를 많이 낸다. 그러나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리로, 장기로 빌려준다”면서 “정의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형편이 좋지 않은 서민들, 중·저신용자들은 큰일이다. 제2금융권 대출마저 이용하지 못하게 하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면서 대출 규제 정책을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