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000명대로 껑충 뛰었다. 5000명대에 올라선 지 1주일 만에 40%나 급증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했던 하루 1만명 확진이 현실로 닥쳐올 수 있는 상황이다. 당국의 예상이 크게 빗나간 위중증 환자 수도 연일 치솟아 800명대가 됐다. 고령층이 80% 이상 차지하는 위중증 환자의 급증은 고스란히 병상 부족 사태로 전이되고 있다. 수도권 중증병상 가동률은 84.5%로 한계치에 온 지 오래고, 대전 세종 강원 경북은 현재 남은 중증 병상이 없다. 수도권에서 860명이 하루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나흘을 넘긴 대기자도 358명이나 된다. “하루 1만명까지 대비했다”던 대통령의 공언은 무색해졌다. 정부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고,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병상 대란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220개 병상을 가진 서울 혜민병원이 코로나 치료에 병원 전체를 내놓았다. 2주간 음압병실 개조공사를 거쳐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운영키로 했다. 중환자실 17개, 투석병상 15개를 갖춘 시설에서 전문의 30명이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게 된다. 상급종합병원의 최중증 환자들이 준중증으로 호전되면 넘겨받아 치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생명이 위독한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원활하게 병상이 돌아가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혜민병원은 수익이 되는 일반진료를 포기했다. ‘코로나 병원’이란 낙인이 찍힐 위험도 감수했다. 경기 남양주, 평택, 오송에도 최근 혜민병원 같은 거점전담병원이 각각 지정됐다. 정부가 쩔쩔매는 병상 대란의 돌파구는 이렇게 민간 의료계의 헌신을 통해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 사태가 위급해질 때마다 자기 일을 내려놓고 달려간 의료인들이 있었다. K방역이란 브랜드도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도움을 청하며 매번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과연 성실히 약속을 지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첫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은 지난해 병원을 통째로 비우고 4개월간 코로나 치료에 전념했다. 그러느라 100억원 넘게 손실을 입었는데 1년이 지나도록 정부의 손실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직원 월급을 못 줄 상황에까지 내몰려야 했다. 이런 일이 다시 벌어져선 안 될 것이다. 공공병원부터 솔선해 병상 대란 해소에 앞장서야 하고, 민간병원의 동참이 희생으로 끝나지 않게 충분한 보상체계를 갖춰야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
[사설] 병상 내놓는 의료계 헌신, 정부는 충분히 보답해야
입력 2021-12-0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