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조작 논란’ 세무사시험… 채점기준 입 닫은 산인공

입력 2021-12-09 04:05

세무공무원 출신 특혜 논란을 빚고 있는 올해 세무사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이 채점기준표를 비롯한 자료 일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산인공은 최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의 제58회 세무사 시험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일절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실이 요청한 자료는 올해 세무사 시험의 과목별 정답지, 모범답안, 채점기준표, 출제자 명단 등 자료였다. 이에 대해 산인공은 비공개 사유를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수백명의 응시생이 신청한 정보공개청구도 동일한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했다.

산인공은 지난 9월 실시된 세무사 시험의 과목별 난이도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를 대거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무공무원은 재직 기간에 따라 세무사 시험에서 일부 과목을 면제받는데, 해당 과목 중 ‘세법학 1부’의 과락률이 82.13%를 기록하며 일반 수험생은 대거 탈락하고 그 자리를 세무공무원 출신이 꿰찼다. 합격자 3명 중 1명은 세무공무원 출신들이었다.

이 같은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산인공이 투명하게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난이도 조절이나 채점이 공명정대하게 이뤄졌다면 산인공이 기를 쓰고 숨길 이유가 없다. 산인공 관계자는 8일 “대체로 불합격자들이 채점 기준이 불합리하다며 따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답지를 공개했을 경우 산인공의 업무량이 너무 많아진다”고 말했다. 전문직 시험을 주관하는 공공기관이 ‘일이 많아진다’는 어처구니 없는 변명을 내놓은 것이다.

2030세대가 전문직 시험에 처절하게 매달리는 이유는 그 어떤 시험보다 공정성이 잘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예년과 비교해 20·30대 합격자가 200명 이상 줄었고, 그 자리는 고스란히 40·50대 공무원 출신에게 돌아갔다.

젊은 층의 합당한 의혹 제기에도 관련 자료를 숨기기에만 급급한 산인공 어수봉 이사장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혹 수많은 청년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는 전문직 시험을 공무원들의 노후대비 수단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김지훈 경제부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