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인구 250만 시대… 대형마트 축산코너 입성한 ‘가짜 고기’

입력 2021-12-09 04:04
지난 2일 이마트 용산점 축산 매장에서 모델들이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 4종을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날부터 수도권 20개점 내 축산 매장에서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의 대체육 판매에 나섰다. 이마트 제공

국내 채식 인구가 250만명까지 늘었다. 숫자만큼 세진 영향력은 ‘가짜 고기’ 대체육의 화려한 등장으로 이어진다. 대형마트에서 대체육이 가공식품 코너가 아니라 축산 코너에 자리를 잡았다.

이마트는 지난 2일부터 수도권 20개 점포의 축산 코너에서 대체육 판매를 시작했다고 8일 밝혔다. 대체육이 대형마트 축산 코너를 차지하기는 이례적이다. 비동물성 재료로 고기의 식감과 모양을 살린 대체육은 흔히 ‘가짜 고기’로 불린다. 축산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공식품 코너에 자리를 잡아왔다.

고기가 아닌 데도 축산 코너에 배치된다는 건 대체육을 쇠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하나의 축산 품종으로 본다는 의미다. 미국 등 채식 문화가 발전하고 대체육이 정착한 국가에서는 대형마트의 축산물 공간에 대체육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반면 국내 상당수 대형마트에선 아직 가공식품 코너에 대체육을 진열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공식품의 상품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소비자들이 대체육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축산 코너에 진열되면 채식주의자가 아닌 소비자들의 선택지에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진짜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고기라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채식주의자(비건) 상품만 모은 전용매대를 운영하는 대형마트 점포도 늘고 있다. 이마트는 식물성 원재료만을 활용한 채식 상품을 한데 모아 ‘채식주의 존’을 만들었다. 대체육, 너겟, 만두, 볶음밥 등 식사 메뉴부터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에 이르는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8월 20개점으로 시작한 채식주의 존은 올해 33개점으로 확대됐다. 홈플러스도 강서점 등 전국 52개 주요 점포에 ‘비건 존’을 설치했다. 매장에서 취급하는 비건 상품도 20여종으로 지난해보다 배가량 늘었다.

롯데마트는 잠실점 식당가에 아예 비건 식당을 입점시켰다. 유동 인구가 많은 대형마트의 식당가에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메뉴를 내놓는 식당들이 주로 자리한다. 그런데도 비건 식당을 유치한 것은 그만큼 채식 인구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에서 채식을 실천하는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올해 250만명으로 급증했다. 엄격한 채식을 하는 사람 외에도 하루 한 끼 채식 등 간헐적 채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유연한 채식주의자)’이 늘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건강한 먹거리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 트렌드가 퍼지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가치 소비에 맞는 다양한 식물성 대체상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