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축복의 전달자들

입력 2021-12-09 03:08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에큐메니컬 역사를 회고해 본다면 1975년 제5차 케냐 나이로비 총회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69년 세계교회협의회(WCC)로 복귀한 후 에큐메니컬 정체성을 가지고 당시 총회 총무였던 김윤식 목사와 평신도 대표로 새문안교회 노정현 장로, 연동교회 김형태 목사 등 3명이 참석을 했습니다. 나이로비 총회는 ‘온 교회가 온 세상에 온전한 복음을’ 전하자는 균형 잡힌 선교 신학의 출발이 됐습니다. 83년 제6차 캐나다 밴쿠버 총회에서는 김형태 목사가 예장통합 총회 최초로 WCC 중앙위원이 됐습니다. 이 후 이삼열 장로와 배현주 목사까지 WCC 중앙위원이 돼 한국교회를 대표해서 세계교회를 섬겼습니다.

WCC 제11차 총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를 주제로 내년 8월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립니다. 원래 올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한해 연기됐습니다. 예장통합에서도 총대 3명을 포함해 여러 방문단이 총회 참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회는 독의 루터교회와 개혁교회, 연합교회가 연합해 독일교회개신교회(EKD)를 구성한 지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고 들었는데 카를스루에 총회에 참석하는 분들이 그런 연합과 일치의 기운을 배우고 한국교회에 전달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2022년 독일에서 모이는 WCC 제11차 총회 주제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로잔선교대회에서 발표한 ‘케이프타운 서약’ 사이에 신학적 연결고리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이 키워드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세계교회 차원에서는 에큐메니컬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이 가까워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데 한국교회 안에도 이런 성숙한 연합과 일치가 깃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복음은 십자가에서 아들의 모습으로 우리를 대신해 우리 죄로 인해 심판을 받으시려 하나님 자신이 못 박히신 사건의 증거입니다. 이 위대한 구원의 역사를 통해 하나님은 사탄과 죽음, 모든 악의 권세를 물리치고 승리하셨으며, 우리를 사탄의 권세와 두려움에서 해방하셨으며 어둠의 세력들의 궁극적 파멸을 확증하셨습니다.

그분은 모든 장벽과 대립을 불식시키고 하나님과 믿는 자들과 화해는 물론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축복의 통로를 이루셨습니다. 또한, 하나님은 십자가를 통해 모든 피조물의 궁극적인 화해를 이루셨고, 예수님의 육체적 부활 가운데 새 창조의 첫 열매를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축복의 통로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코로나19로 한국교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약자들은 물론이고 지구 구석구석에서 아픔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는 이 시기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시는 역사에 우리도 순종하고 헌신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교회도 다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1년간 예장통합 총회가 관계하는 6대 에큐메니컬 기구들은 창의적으로 회의도 하고 차세대 지도자를 훈련하는 일에 열중했던 걸 발견합니다.

주님께서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영육을 어루만지시고 회복시키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모든 대립과 장벽을 불식시키고 화해를 이루게 하십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예장통합 총회와 한국교회가 세계교회를 겸손히 섬기게 초대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람 아브라함이 축복의 전달자이듯, 하나님의 교회들이 연합하고 일치해 한국과 세계를 향한 축복의 전달자가 되도록 힘써봅시다.

이순창 서울 연신교회 목사

◇예장통합 총회 부총회장인 이순창 목사가 지난 2일 예장통합 에큐메니컬 송년의 밤 예배에서 했던 설교다. 이 목사가 시무하는 연신교회는 1974년 창립 이후 서울 은평구에서 지역사회의 등대로서 복음의 전달자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