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면제 중단·방역패스 적용… 연말 공연계 비상

입력 2021-12-08 04:06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내부를 방역하고 있다. 이곳 무대에 오른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 참여한 단원 1명이 지난 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시스

국립발레단은 지난 4~5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4일 공연만 올리고 5일은 취소했다. 단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 의심자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 단원은 6일 양성 판정을 받았고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국립발레단 단원과 스태프 120여명을 검사했는데 다행히 모두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이 여파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공연장을 폐쇄하고 방역 작업을 하기 위해 7일 오페라 콰이어 콘서트를 취소했다. 국립발레단도 14~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10~11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공연은 취소했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으로 공연 취소 사례가 늘 것으로 우려된다. 신시컴퍼니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도 할머니 역의 배우 박정자가 돌파 감염돼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공연을 취소했다.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정부가 방역 고삐를 다시 죈 것도 공연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3일부터 2주간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 면제 조치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클래식계에서 공연 취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4~5일 열린 예정됐던 독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의 리사이틀, 13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리사이틀 등이 공연 취소를 발표했다. 16~17일 오스모 벤스케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올릴 예정인 서울시향과 24일 정기음악회를 통해 신임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의 취임식을 치르려던 KBS 교향악단은 공연 여부가 불투명하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자가격리 면제가 재개되기 전까지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13일부터 적용되는 모든 공연장의 방역패스 의무화 조치에 대해선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연장은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분류돼 백신 접종 완료자, PCR 음성확인자(48시간 내), 18세 이하, 완치자, 건강 사유 등 불가피한 접종 불가자만 입장할 수 있다. 대신 공연장에 적용돼온 좌석 띄어 앉기 등 시설 밀집도 제한은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 공연계에선 지난달부터 방역패스를 시범적으로 적용한 공연이 나왔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콘서트 4회 가운데 부산 벡스코 공연이 처음으로 거리두기 없이 전 좌석을 판매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당초 뮤지컬 ‘레베카’에 대해 14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일부 회차에 한해 방역패스를 적용하기로 했다가 정부 발표 이후 전회차로 확대했다. 제작사 더 웨이브 역시 7일부터 뮤지컬 ‘더 라스트 맨’에 방역패스를 도입했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방역 패스 의무화로 제작사마다 좌석을 100% 판매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역패스 의무화로 공연장과 제작사 등은 사전 점검 사항이 많아졌다. 그동안 공연장에서는 관객 출입시 수기명부나 전자출입명부(QR코드·안심콜)를 기록하게 했는데, 앞으로는 백신 접종 앱이나 증명서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초반에는 다소 혼란이 있겠지만 안전한 관람환경을 위해선 방역 패스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모바일 기기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노년층은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