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의 핵심 쟁점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 예산이었다. 손실보상 하한액,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국고지원 규모 등을 둘러싸고 여야정이 치열한 수싸움을 전개했다. 지난 3일 예산안이 확정되면서 일단락된 듯하지만 대선 전후로 논쟁의 불씨는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소상공인 지원 추경’ 관련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저리 대출 등 ‘금융지원’과 현금성 ‘직접지원’ 가운데 무엇에 더 방점을 찍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금융지원에 방점을 찍지만 여야 대선 후보들은 직접지원 방식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담긴 소상공인 지원 예산 중 ‘희망대출 플러스’를 핵심으로 꼽는다. 소상공인 213만명을 대상으로 35조8000억원의 융자를 최저 1.0% 금리로 공급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발맞춰 소상공인들이 목돈이 필요할 시 저리에 융자지원을 해주는 게 실질적인 지원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니온리서치에 의뢰해 시행한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에서 정부 정책자금 이용 시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0.9%가 ‘필요금액에 비해 지원금액이 부족하다’고 답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7일 “35조원대 융자 공급과 지역화폐 국고지원 예산(15조원) 등을 합치면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50조원 지원’ 숫자에 근접한다”며 관련 예산 편성에 힘을 쏟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여야 대선 후보는 ‘직접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6일 “코로나19 상황에서 국가 지출이 쥐꼬리만큼 늘었다”며 “직접지원보다는 빚을 자꾸 내주겠다는 것 같다.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금융지원 방식의 정부 지원책을 평가절하한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소상공인 지원에 50조원을 투입하되 이 중 43조원을 직접지원하는 데 쓰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금성 지원이 정책 체감 효과가 큰 만큼 이러한 주장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불확실성 속에서 추가 손실보상 이슈가 다시 튀어나올 가능성도 있다. 당초 여야는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손실보상 하한액을 100만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손실보상법은 시간제한에 한해서만 보상하는데, 인원제한 등 손실보상 범위를 넓히려 할 공산이 크다.
본예산이 확정된 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정치권에서는 추경 관련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의 ‘소상공인 50조 지원’ 공약을 받겠다며 당장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은 추경하자는 말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10만원이던 손실보상 하한액을 30만~40만원까지 높이는 수준을 검토했지만 지역화폐 국비지원 예산 대폭 증액을 막는 대신 손실보상 하한액을 높이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여당은 25조~30조원까지 국비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지역화폐 국비지원은 15조원 선에서 마무리됐다. 다만 지역화폐 관련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당초 2022년까지 3년만 지역화폐 발행에 국비를 지원키로 했는데 앞으로도 국비지원 액수를 높이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올 수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