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한국 외교 시험대 오르다

입력 2021-12-08 04:03 수정 2021-12-08 04:03

미국이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다. 선수단은 보내지만,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즉각 ‘정치적 조작’이라며 반발했다. 경제 안보 기술 외교 등 전 분야에서 충돌해온 미국과 중국이 올림픽에서도 충돌하고 있다. 미·중 어느 한쪽도 포기하기 힘든 한국의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명분은 중국의 인권 탄압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인권 유린을 감안해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의 대중 강경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시켜 중국의 부흥을 전 세계에 과시한 뒤 이를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 미국은 전통적 동맹 복원을 통해 대중 포위 전선을 확대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오는 9∼10일 110개국이 참여하는 화상 회담 형식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대중 견제 성격이 강한 이 회의에 중국 러시아 북한은 초청되지 않았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우리나라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물밑에서 추진하던 종전선언은 가능성이 낮아졌다.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을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무대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미·중의 올림픽 충돌로 종전선언 대신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양자선택의 기로에 내몰렸다. 베이징올림픽 참가 문제는 국익과 상호 호혜주의에 따라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중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공산당 서열 7위인 한정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시 주석 특별대표 자격으로 보냈다.

정부는 그동안 극한 대립을 계속하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 편도 들지 않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미·중 대립이 심화되면서 이런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안보와 경제가 결합된 대중 포위 전략을 구사하며 한국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한국을 대중 봉쇄의 약한 고리로 인식한다. 2016년의 한한령과 경제 보복, 최근 요소수 사태는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우리의 선택 기준은 국익일 수밖에 없다. 미·중 틈바구니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교 전략을 찾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