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지내면서 가장 한국이 그리운 순간은 음식을 먹을 때다. 낯선 해외 음식이 새로워서 좋은 순간은 후딱 지나가고 금세 한국 음식이 그리워진다. 매운맛이라면 돌멩이라도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변한다. 오래전 부다페스트에 여행을 왔을 때도 지낸 지 일주일이 되자마자 매운맛을 그리워하게 됐다. 매일 호텔 조식으로 빵에 할라피뇨를 한가득 얹어서 먹곤 했는데도 매운맛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슬펐다. 지금은 여행이 아니라서 호텔 조식마저 먹을 수 없다. 집에서 내가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한다.
식재료를 구하러 마트에 가면 다시금 한국이 그리워진다. 장바구니에 채소와 달걀을 담은 뒤에는 다른 재료에 도통 손이 가지 않는다. 뭘 고를지 막막해진 상태로 대충 우유나 빵을 집어 담고는 쓸쓸히 돌아온다. 소금조차 한국 소금과는 맛이 달라 늘 식욕이 없는 상태가 된다. 가끔 한인 마트에 가지만 가격이 비싸 많이 구매하지 않는다. 큰마음 먹고 구매한 한국 식재료를 이용해 한국 음식을 만들어 보지만 어쩐지 맛이 밋밋하다. 공기와 물맛의 차이인 듯싶다.
평소 음식에 대한 열정이 없는데 해외에서는 달라진다. 한국의 맛을 찾기 위해 자꾸만 노력하게 된다. 일주일에 하루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집에 가서 음식을 포장해 먹는다. 메뉴판 가득 적힌 한국 음식들. 감자탕도 있고 순두부찌개도 있고 불고기도 있지만 나는 매번 김치가 들어간 메뉴를 고른다. 단골 메뉴는 김치볶음밥. 음식 때문이라도 한국인은 한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것 같다. 해외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한국에 대한 사랑만 깊어졌다. 부다페스트 다음으로 다른 나라에 가서 집필할 예정인데 망설여진다. 한국에 오래 달라붙어서 시 쓰고 싶다. 종종 이렇게 한국이 그리워서 슬퍼지는 때면, 새삼 해외에 오래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존경스러워진다. 그들이 얼마나 외롭고 치열하게 해외에서 버티고 있는지 여러모로 알 것 같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