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4인방’의 첫 재판에서 검찰에 녹취록을 제공하며 수사에 도움을 준 정영학 회계사가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측은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와 불구속 기소된 정 회계사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준비기일이라 피고인은 참석할 의무가 없었으나 유 전 본부장은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머지 3명은 불출석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 회계사 측은 혐의를 인정했다. 그의 변호인은 “준비기일에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어떤 낙인이 찍힐까 두려움이 있다”면서도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신문 조서 작성 과정이나 공소장에 나타난 것 중 진술한 것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 추후 설명하겠다”며 “가장 문제 되는 (정 회계사의) 녹취록 신빙성 때문에 우리도 아주 어려운데 실체관계가 드러날 수 있도록 재판에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남 변호사의 변호인은 “수사기록을 전혀 복사하지 못했다”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게 “출석했으니 기회를 주겠다”며 의견을 물었지만, 유 전 본부장은 “변호인을 통해 협의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씨와 남 변호사 측은 재판부에 방어권 보장을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기소된 사건과 잠재적 공소사실을 엄밀하게 선을 그어 구분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들에 대한 추가 기소나 수사 종료가 언제쯤 이뤄질 것인지를 검찰 측에 확인해달라”고도 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불만 표시로도 읽힌다.
재판부는 수사기록에 대한 신속한 열람·등사 허용을 검찰에 당부했다. 재판부는 “유동규 피고인이 구속기소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며 “증거조사를 최대한 밀도 있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4일 두 번째 재판을 열 예정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