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의무고발’ 제도 수정 요청에… 난색 표한 중기부

입력 2021-12-07 04:02 수정 2021-12-07 04:02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벤처기업부의 ‘묻지마’식 고발을 방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가 이미 미고발로 결론 내린 사건에 대해 중기부가 의무고발요청 제도를 남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중기부는 공정위가 추진하는 제도 수정 방향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6일 국민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현 의무고발요청 제도와 관련해 조달청·중기부와 맺었던 업무협약(MOU)을 수정·보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8년 가까이 운영돼 온 제도를 검토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한다는 취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중기부의 고발 요청을 억제하기 위한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의무고발요청 제도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견제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사건도 중기부 장관·조달청장·검찰총장이 고발을 요청할 경우 공정위는 반드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사실 이 제도는 2019년까지 유명무실했다. 그러나 2019년 4월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2014년부터 박 전 장관 취임 전 5년여 동안 중기부 장관이 의무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건은 17건 뿐이었다. 그러나 박 전 장관 취임 이후 2년6개월동안 무려 29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비해 조달청장과 검찰청장은 2014년 이후 올 7월 말까지 각각 15건, 11건에 불과하다.

고발 남용도 문제지만 중기부 내 고발 결정 절차도 ‘깜깜이’라는 지적이다. 중기부 내 해당 심의위원회의 민간위원 구성, 구체적인 심의 기준, 심의 의결서는 모두 비공개다. 누가 어떤 이유로 고발을 결정했는지 국회에서조차 파악이 불가능하다. 실제 중기부가 지난 7월 고발권을 행사한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사건의 경우, 중기부는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과징금(43억9000만원) 처분을 의결한 뒤 1년2개월이 지나서야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다.

재계에서는 “공정위보다 중기부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미 과징금 등 공정위 제재를 받았는데 어떤 이유인지도 모른 채 추가 고발이 이뤄지면서 지나친 형벌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게다가 중기부가 의무고발 요청한 건 중 대다수가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거나 경미한 벌금형 약식기소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기부와 관련된 사건만 통보를 하고, 공정위가 처분을 내린 지 3개월 이내에 의무고발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안을 중기부에 제시했다.

하지만 중기부는 공정위의 요청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정위 처분과 별도로 중기부가 고발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려면 자료 수집 등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3개월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또 중기부 관계자는 “전체 검토대상 사건 대비 고발요청 비율을 보면 약 10% 정도로 고발 요청이 무리하거나 과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조달청은 입찰담합 사건만 통보하는 방향으로 MOU를 수정하자는 공정위 제안에 대해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중기부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국회 등을 통해 중기부를 설득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조달청, 중기부와 함께 맺은 MOU기 때문에 조달청과 별도로 중기부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