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구 145만의 중앙아프리카 소국 적도기니에 첫 해외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미국 정보당국 기밀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대만군 지원과 중국 해군의 인도양 진출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미·중이 다시 한번 군사적 긴장 상태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적도기니의 항구도시 바타에 중국 군함과 항공모함 등이 기착할 해군기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바타에는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중국이 이미 건설해 놓은 상업항구가 있으며, 인접국인 가봉 등 중앙아프리카 내륙으로 통하는 고속도로도 건설돼 있다.
특히 바타는 대서양을 접한 곳으로 직선거리에 미국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주가 대각선으로 마주 보이는 전략적 요충지다. WSJ는 “중국 군이 수도 워싱턴의 반대편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만들 경우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미국 정보당국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스티븐 타운센드 미군 아프리카사령관은 지난 4월 상원에 출석해 “중국이 미국에 가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가 아프리카 대륙의 대서양 연안 지역에 해군기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이 포착되자 지난 10월 존 파이너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적도기니로 보내 테오도르 오비앙 응게마 대통령에게 중국의 요청을 거부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매체들은 “중국 움직임을 포함한 적도기니 내 특정 조치가 미국 안보에 심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경고했다”고 전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친중 행보를 보여온 적도기니를 우군으로 견인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경제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3월 바타 인근 적도기니 군기지에서 탄약폭발 사고가 일어나 100여명이 사망하자 즉시 도움을 제공했는가 하면 미국이 주도한 기니만 해상훈련에 적도기니 해군을 참가시키기도 했다.
중국 역시 미국 영향력을 적도기니로부터 제거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는 중이다. 파이너 부보좌관이 방문한 직후 시진핑 국가주석이 응게마 대통령과 직접 전화 통화를 했으며,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적도기니는 가장 중요한 전력 파트너라는 내용의 성명까지 발표했다.
중국이 적도기니에 공을 들여온 것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지금까지 7년 이상이나 됐다. 적도기니 경찰의 훈련과 무장도 지원했으며, 다양한 사회인프라 건설을 제공해 적도기니를 일대일로 정책의 아프리카판 교두보로 삼아온 것이다.
WSJ는 “중국이 선점한 적도기니에서 중국해군기지 건설을 뒤엎으려는 미국의 시도가 실질적 효과를 거둘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적도기니에 대한 외교적 지원이 단기성이 아닌 장기적 지속적 형태로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