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까지 석달… 대장동·고발 사주 ‘쌍특검’ 물건너갔다

입력 2021-12-06 04:04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서 그라피티(스프레이나 페인트로 담벼락에 그리는 그림) 작가들이 일명 '아트 배틀'을 펼치고 있다. 보수 성향 작가인 탱크시(왼쪽)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진보 성향 작가인 닌볼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그림을 그렸다. 뉴시스

여야 대선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던 대장동 로비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쌍특검’ 도입 여론과 달리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처리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졌다. 진영에 따라 수사력과 의지를 탓하는 목소리는 그대로지만 어느덧 대선까지 3개월만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이 출범해 대선 직전 수사 결론을 낼 경우 선거개입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해석마저 제기된다.

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는 특검이 현재의 검찰·공수처 수사 사안들을 되짚어 대선 투표일인 내년 3월 9일 이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기란 불가능해졌다고 본다. 특검 도입이 합의돼도 특검팀 구성 합의 등 준비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내곡동 사저 부지 특검’ ‘국정농단 특검’ ‘드루킹 특검’ 등의 전례를 보면 특검법 통과 이후 수사 착수까지 30~50일이 걸렸다.

법조계에선 애초 특검 논의 자체가 실기(失期)했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었다. 장영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권이든 야권이든 특검을 일종의 정치공세처럼 활용했을 뿐 특검의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검이 진정 필요했다면 최소 대선 후보 확정 이전부터 논의를 시작했어야 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통령이 뽑을 특검 후보 추천에만 통상 2주 이상 걸린다”며 “특검 출발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특검을 뽑아 공정한 수사를 펼친다 해도 과연 결과를 승복할 것이냐는 문제도 남는다. 연장 없이 2개월간 숨가쁘게 수사를 진행해도 기소 여부 등 결론이 제시되는 시점은 대선을 코앞에 둔 때가 된다. 특검이 어떤 수사 결론을 내놓든 대선 판도에 영향을 주려는 일로 치부될 수 있고, 극렬 지지층 역시 수사 불신 여론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법조인은 “정권교체기의 특검은 부담이 엄청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검의 임무는 진실 규명이지만 오히려 대선 직전에 수사 결론을 내놓으면 안 된다는 진단마저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적어도 대선 한 달 전에는 결과가 발표돼야 국민에게 평가를 판단할 시간이 주어진다”며 “결과를 아예 발표하지 않아야 옳은 때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1997년 15대 대선 직전 ‘DJ 비자금 수사 유보’를 결정한 일을 예로 드는 이들도 많다.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국가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깃든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출범 여부와 별개로 특검을 요청하는 현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과 공수처가 공정한 외관과 신속한 결론으로 국론 분열을 막아야 했지만 그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검사는 “‘대장동 수사팀이 일부러 코로나에 걸린 것이냐’는 기사 댓글을 한참 읽었다”며 “검사는 특검을 말하는 자체가 수치인데, 그땐 특검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