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정부 예산안에 없던 국회의원들의 ‘쪽지예산’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정부 원안에는 없는 사업 76개가 새로 포함돼 있다. 국회는 예산편성권이 없어 정부의 예산안을 증액하거나 감액하는데,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주로 토건 사업에 집중되는 이런 선심성 예산은 소위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비공개 회의인 ‘소(小)소위’에서 증액한다.
나라살림연구소가 5일 분석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보면 태릉-구리 광역도로 건설에는 38억원이 새로 편성됐다. 이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업이다. 부전-마산 광역철도 30억원, 태화강-송정 광역철도 21억원 역시 정부 원안에는 없던 사업이다. 부전-마산선은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지역에, 태화강-송정선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역에 해당한다.
김영진 민주당 사무총장 지역구인 경기도 수원병에는 신분당선 연장(광교-호매실)으로 정부 원안 130억원에서 20억원이 증액됐다. 수원 팔달경찰서 신축에 드는 예산도 85억3600만원에서 14억6400만원 증액해 100억원이 됐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KTX 천안아산역 지하에 재난 대피용인 구난역 설치 예산을 확보했다. 평택-오송 구간 선로 예산 1100억원 중 일부가 여기에 쓰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역구에는 울산 석유화학단지 통합파이프랙 구축에 17억원, 울산의료원 설립에 10억원 등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새로 편성됐다. 권성동 사무총장 지역구인 강릉-제진 철도 건설에는 100억원이 증액됐고, 강릉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위한 예산은 10억원이 새로 생겼다. 김도읍 정책위의장 지역구인 부산 암모니아 친환경 에너지 규제자유특구에는 기존 예산 669억원에 더해 99억9500만원이 추가로 증액됐다.
이밖에도 의원 외교활동 목적으로 책정된 예산이 기존 79억원에서 16억원 증액되기도 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에 배정된 예산은 기존 60억원에서 8000만원이 늘었다.
증액된 사업 중에는 국도, 철도 건설 등에 일괄적으로 100억원이 늘어난 사업도 7개나 있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늘어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총 4000억원이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국회에서 증액된 다수의 철도와 도로 건설 사업은 사업 규모가 각각 다른데도 국회 증액 규모가 100억원으로 같다는 점에서 경제적 필요에 의한 증액이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 분배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통 소소위라고 불리는 ‘비공개 밀실 협의체’에서 대부분 예산 삭감과 사실상 모든 예산 증액이 다루어진다”며 “비공개 회의더라도 속기록 작성은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