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쪽지예산’ 폐단… 근절 해법은 과정의 투명성

입력 2021-12-06 04:03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 확보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표’다. 지역구 예산을 얼마나 가져왔는지가 정치 생명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매년 국회 예산 심의 때면 어김없이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중에서도 특정 예산 증감액을 임의로 결정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小)소위’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예산 심의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돼야만 이러한 폐단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 역시 지역구 의원들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정된 재원에 실세 의원들의 민원사업이 들어가면 그만큼 다른 필요불급한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5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 중 500억원 이상 감액한 사업은 모두 17개다. 코로나19 등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쓰기 위해 쟁여두는 예비비 감액 규모가 1조1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국고채 이자로 나가는 예산 역시 7603억원이 감액됐다. 국민들의 전세자금 등 융자에 쓰이는 예산은 3700억원씩이나 깎여 나갔다. 이 금액의 일부를 지역구 예산 확보에 활용한 것이다.

불필요한 예산이라면 심의를 통해 줄이는 게 타당하다. 코로나19 대응 등 더 필요한 분야 예산 증액에 활용하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필요성이 불분명한 지역 예산까지 패키지로 들어간다는 점은 문제다. 특히 회의록조차 남지 않는 소소위에서 결정된 예산은 어떤 명분으로 편성된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지역구 예산 증감을 다루는 소소위는 여야 각 교섭단체에서 1인씩 참여해 비공개 회의 후 결론을 내놓는다.

소소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매년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쪽지예산 구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다. 국회법은 예결위 전체회의나 산하 소위 또는 분과위원회를 통해 예산을 심의하도록 규정한다. 소소위란 명칭은 아예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심의 과정을 기록해야 할 법적 근거도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소위가 기록을 남기는 식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아예 소소위 논의를 차단하거나 국회 증액 권한을 제한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심희정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