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를 할부로 구매한 피해자들이 남은 할부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금융 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2억3000만원 규모로 파악된 잔여 할부금을 피해자들이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은 최근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의 ‘할부 항변권’이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할부 항변권은 신용카드 소지자가 3개월 이상 할부로 20만원 이상을 결제했으나 가맹점이 폐업하거나 정당한 해지 요구를 거절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용카드사에 잔여 할부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다. 금감원 관계자는 2일 “머지포인트가 할부 항변권 적용 대상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검토 의견 등을 토대로 법률 검토를 거쳐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나 각 카드사에 민원을 제기했던 피해자 576명은 할부금 2억3000만원(1인당 약 40만)을 내지 않을 수 있게 됐다. 할부항변권을 적용받을 수 있는 피해자 규모와 할부금 총액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민원 제기를 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금감원에 민원 제기를 할 경우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미 할부금을 모두 납부한 경우엔 할부 항변권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앞서 주요 카드사는 지난 9월 머지포인트 할부 구매자들의 할부 대금 청구를 잠정 보류해둔 바 있다.
머지포인트는 2019년 1월 서비스 시작 후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워 누적 가입자 100만명을 모았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머지포인트에 대해 무허가 영업이라는 판단을 내렸으며, 머지포인트 사업 대부분은 중단됐다. 머지포인트는 복수의 업종에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선불전자지급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이런 서비스를 하는 것은 무허가 영업에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머지포인트는 지난 8월 사용처를 대폭 축소한다고 ‘기습 공지’한 뒤 환불 대란 사태가 벌어졌다. 포인트를 환불받을 수 없게 된 피해자들 민원이 쏟아졌으며, 피해자 100여명은 집단소송을 추진하기도 했다. 머지포인트를 운영하는 머지플러스는 구체적인 환불 일정을 밝히지 못했다.
금감원은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 위해 미등록 선불업체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연말까지는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