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보복성 인신구속 시도”… 공수처 “고발사주 실체 있다”

입력 2021-12-03 04:05
‘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10월 20일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에 이어 같은 달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연합뉴스

야당에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손준성(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대구고검 검사의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손 검사 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0시30분부터 3시간가량 손 검사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검은색 패딩 점퍼 차림으로 출석한 손 검사는 ‘심경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판사님께 상세히 설명드리겠다. 법정에서 얘기하겠다”고만 말했다. ‘(1차 영장 청구 때와) 변경된 사정이 있다고 보는지’ 등의 질문에는 무거운 표정을 지은 채 답 없이 법원으로 들어갔다.

손 검사는 직무 권한을 남용해 부하검사들에게 고발장 작성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시키고, 고발장 등을 총선 직전인 지난해 4월 3일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화면에 찍힌 ‘손준성 보냄’ 문구와 김 의원이 “저희가 (고발장) 초안을 만들어 보내겠다”며 조씨와 통화한 녹취록 등을 근거로 약 3개월간 수사를 진행해 왔다.

공수처에선 사건 주임검사인 여운국 차장검사가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해 관련자들의 진술과 증거를 근거로 손 검사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손 검사의 부하검사들이 고발장 작성 및 전달에 관여한 정황을 보강수사를 거쳐 확인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달 26일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손 검사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을 기각했었다. 이후 공수처는 지난 2·10일 손 검사를 불러 조사했고, 3일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불렀다.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까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직원들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고발장 전달이 이뤄진 지난해 4월 3일 이전 손 검사와 부하검사들이 통화한 내역과 메시지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하검사들이 고발장 자료를 검색하기 직전 손 검사가 부하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와 김 의원, 부하검사 등이 일관되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변소로 일관하며 서로 말을 맞추고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손 검사는 “부하검사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거나 전달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구속할 만큼 혐의 입증이나 사정변경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간 공수처 수사 행태가 위법·부당했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고발장을 건넸다는 하급자가 복수로 적혀있어 여전히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는데도 공수처가 무리하게 영장을 재청구했다는 것이다. 손 검사는 또 재판부 분석 문건 의혹과 관련해 소환일정 조율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하자 영장 재청구가 이뤄졌다며 방어권 침해를 넘은 ‘보복성 인신구속 시도’라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