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4시 대법원 1호 소법정에서 교도소에 수감 중인 피고인에 대한 구속 전 청문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법정에 소환된 피고인은 없었다. 대신 교도소와 법정을 서로 연결해줄 커다란 스크린 화면이 한쪽 벽면에 걸렸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구속 전 청문 절차를 영상재판으로 실시했다. 대법원의 사상 처음 진행한 영상재판이다. A씨는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돼 춘천교도소에 수감 중이지만 오는 9일 해당 구속영장의 효력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사기 사건과 관련해 A씨에게 새로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하는지 심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경우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는 구속 전 청문절차를 거친다.
종전에는 청문절차를 위해 수감 중인 피고인을 법정으로 소환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피고인이 출석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이용한 청문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청문절차를 영상재판으로 실시할 수 있는 조건은 교도소 등 구금시설이 대법원에서 너무 먼 경우 등이다. 또 구금시설의 사정으로 대법원 출정이 여의치 않거나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새 사건으로 구속이 이뤄지는 등 시간 여유가 없을 때도 영상재판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 같은 영상재판을 통한 청문절차는 ‘피고인’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기소가 되기 전인 피의자는 법정에 출석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아야 한다.
법무부는 영상재판 확대를 골자로 한 민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전국 교정시설에 관련 장비를 설치한 상태다. 대법원도 전국 대부분 법원에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영상재판 확대에 대비해 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