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15%↑석유류 35.5%↑… 치솟는 물가

입력 2021-12-03 04:02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가 최근 10년 새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의(衣)·식(食)·주(住)’ 중 안 오른 게 없을 정도다. 공산품과 농축수산물 가격이 모두 급등했다. 임대차 불안 등에 따른 주거비 상승 폭도 적지 않다. 물가 상승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9.41로 1년 전보다 3.7% 상승했다고 2일 밝혔다. 상승 폭만 놓고 보면 2011년 12월(4.2%)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0.5%에 그치고 올 초까지 1% 안팎의 물가 상승이 이어지며 나왔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의한 경제성장 저하) 우려는 사라졌다. 이제는 거꾸로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7.6% 뛰어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축산물의 경우 15.0%나 급등하며 5개월 연속 10%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돼지고기(14.0%), 닭고기(13.3%), 국산 쇠고기(9.2%) 등 축산물 품목 모두가 큰 폭으로 올랐다. 돼지고기의 경우 삼겹살 한 근(600g)의 평균 소매가가 1만5000원까지 뛰어오른 상황이다. ‘금삼겹’ ‘다이아몬드 한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류 여건 악화로 수입 쇠고기 가격도 24.6%나 급등했다.

공업제품 물가도 5.5% 상승하며 2011년 11월(6.4%) 이후 1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컸다. 석유류 가격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35.5% 오르며 2008년 7월(35.5%) 이후 13년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위드 코로나’ 영향으로 서비스 물가도 2.2% 상승했다. 생선회(9.6%)와 보험서비스료(9.6%) 등 개인 서비스 품목이 골고루 올랐다. 주거비 부담도 늘었다. 전세(2.7%)와 월세(1.0%), 공동주택관리비(4.3%)가 모두 늘었다. 전세와 월세를 합친 집세 상승 폭(1.9%)은 2016년 6월 이후 5년5개월 만의 최대 폭이기도 하다. 의류와 신발 가격이 1.3% 상승한 것까지 고려하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품목의 물가가 모두 오른 셈이다.

이 같은 고물가 현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날 한국의 올해와 내년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4%, 2.1%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2.4%를 기록하면 4.0% 상승했던 2011년 이후 10년 만의 최대치가 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월에는 국제유가 상승세 진정, 유류세 인하 효과, 김장 조기 종료 등에 따라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도 변수다. 정부가 방역지침을 강화해 연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물가 상승 폭이 완화될 수는 있다.

세종=이종선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