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한 지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여전히 신흥국의 틀 안에 갇혀있다. 정부·여당은 대선을 앞두고 증권업계의 숙원인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 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11월 초 편입 재추진 뜻을 밝힌 후 처음 나온 조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MSCI 편입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MSCI지수는 글로벌 펀드가 투자 여부를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대표적인 지표다. MSCI는 각국을 선진·신흥·프런티어시장으로 나눈다. 한국 증시는 1992년 신흥국으로 분류된 이후 30년째 제자리다.
정부는 올해 유엔이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하고, 경제 규모(GDP)가 10위권에 들 정도로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선진국지수에 진입하려 한다. MSCI의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투자금이 한국, 대만 같은 신흥국에서 빠져나가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선진국지수로 편입된다면 최대 60조원의 자금이 더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증시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해외 투자금이 늘어나 ‘코스피 4000’에 이를 수 있다(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장밋빛 관측까지 나온다.
선진국 시장은 신흥국 시장보다 변동성이 낮아 금융위기 국면에서 안정적이다. 지난해 MSCI지수를 분석한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의 변동성은 선진국보다 평균 60%가량 높다. 신흥국에는 헤지펀드의 단기투자용 자금이 많이 유입되지만 선진국에는 각국 연기금과 중앙은행의 자금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MSCI 가 외환시장 개방과 공매도 재개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MSCI는 24시간 원화 거래가 가능한 역외(한국 외 지역) 원화 시장 설립을 편입 조건으로 내세웠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환율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금융업계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수월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MSCI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외국환거래 규제 완화 방안 등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공매도 재개도 MSCI의 잣대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한국은 유일하게 공매도 부분 금지를 유지하고 있다. MSCI는 지난 6월 한국을 신흥국 시장에 잔류시키며 공매도 관련 평가 등급을 ‘문제없음’에서 ‘일부 문제, 개선 가능’으로 낮췄다. 하지만 일부 국내 투자자는 공매도가 주가를 하락을 야기한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