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기에 시간 끄는 정부… 거리두기 강화, 靑만 바라보나

입력 2021-12-02 04:02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4도를 기록한 1일 시민들이 서울 송파구 송파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국내 5075명, 해외유입 48명으로 5123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특별방역대책 발표 이틀 만에 추가 방역 강화 조치를 예고했다. 다만 내용과 결정 시점에 대해선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절차상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설명이지만 개입해야 할 적기를 번번이 놓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은 1일 “수도권 사적모임 규모 및 (백신) 미접종자의 식당·카페 이용 축소, 방역패스 적용 확대 등 추가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해 이번 주 중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고 결과를 국민께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9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 직후 발표된 특별방역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당시 정부는 방역 조치 강화 시에 국민 불편과 민생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다며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얼마나 과단성 있는 방역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26일 예고했던 방역 강화 대책을 한 차례 미룬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내 각 분과 의견을 서면 등으로 수합하기로 한 정부는 언제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 이날도 답을 피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금요일 중대본 회의에서 (관련) 의사 결정을 할지를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분과의 의견을 되묻고 공통분모를 묶어 결정하는 것은 향후 국민적 동의를 받기 위해 중요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를 중심으론 회의적 시각이 쏟아지고 있다. 추가 전체 회의도 없이 합의안을 도출해내기도 어려울뿐더러 서로 다른 분과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부터 소상공인·자영업계까지 참여자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방역을 강화하든 완화하든 밖에서 볼 땐 정부가 전문가·업계 자문을 수용한 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려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적극적 손실보상이 필수적인 만큼 예산 소관 부처를 움직여야 한다는 취지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의견을 수렴하는 데는 적합할지 몰라도 신종 감염병이나 자연재해에 대응해 결정을 내리는 데는 비효율적”이라며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늘어나면 대대적인 방역조치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이미 검토가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송경모 박세환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