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주변 식당마다 도청 직원들끼리 때 아닌 ‘각계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달 중순 간부회의에서 “우리도 식사 문화를 바꿀 때가 됐다”며 “회식이나 점심식사를 할 때 과장이나 국장들이 밥값을 내는 것이 당연시돼 왔지만 이제는 각자 내는 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외부손님이 왔을 때 공무원들이 밥을 얻어먹게 되면 그것이 비리로 이어진다. 각자 계산하는 것이 서로 기분 좋고 깔끔하다”며 “이런 문화를 표현할 적절한 구호를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며칠 뒤 이 지사는 고민 끝에 만들어낸 ‘각계전투’를 간부들에게 소개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각개전투’를 차용한 ‘각계전투’는 ‘각자 계산하고 전부 투명하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각계전투 문화가 경북도청에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도청의 한 간부는 “직원과 단둘이 식사하러 갔는데 선뜻 각자 계산하기가 어려웠다”며 “지사님이 공무원의 청렴도를 높이고자 이런 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지만 직원끼리는 두부 자르듯 각자 계산이 힘들다. 그러나 외부 손님과의 식사에서는 ‘지사님께서 각계전투 명령을 내리셨다. 얻어먹으면 큰일 난다’고 하면 각자 계산하기가 한결 편해진다”고 말했다.
도청의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연말에 팀 회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하게 되면 철저한 각계전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최근 언론사 대표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각자 계산을 했는데 언론사 대표도 아주 괜찮다고 하더라”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 문화가 당연시되고 있지만 어른 세대는 낯설어 한다. 이제 시대 흐름이 각자 계산으로 가고 있다. 저절로 청렴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