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기도로 걸어온 45년은 기도의 역사… “끝까지 순종” 다짐

입력 2021-12-01 03:05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지식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기독교대학의 글로벌 리더 백석대학교."
TV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백석대 광고 문구는 백석대의 설립 이념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한다. 장종현 백석대 총장이 세운 백석학원에는 충남 천안의 백석대와 백석문화대,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 백석신학대 등 4개의 대학이 운영되고 있으며 총 3만여명의 학생이 교육받고 있다.

장종현 백석대 총장이 2010년 5월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백석전진대회에서 백석학원과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총회의 신앙고백인 개혁주의생명신학 7대 실천운동을 선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대한복음신학교로 시작

백석대는 ‘진리와 자유’라는 기독교 정신 위에 세워졌다. 1976년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대한복음신학교’를 개교했으며, 83년 서울 방배동 총신학원, 94년 기독신학교를 거쳐 95년 정규 4년제 대학인 기독대로 개편 인가를 받았다. 97년 천안대로 교명을 변경한 후 2006년 백석대로 개칭했다.

장 목사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은 60년대 중반 중학교 시절이다. 충남 천안 봉명동교회에 출석했는데, 당시 교회 담임이었던 김영철 목사는 40일 금식기도를 여러 번 할 정도로 성령충만한 목회자였다. 교회 안에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 많은 이들이 “사명자가 되겠다”는 결단을 했다.

어린 장 목사는 친구들과 부흥 집회를 찾아다니며 성령충만을 체험하고 선교사가 되겠다고 서원했다. 농부가 되려던 그의 꿈은 하나님을 만난 후 선교사로 바뀌었고, 자연스레 농고에서 인문계고로 전환했다. 선교사의 꿈을 안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훗날 목사이자 학교 설립자가 됐다.

고난 딛고 일어선 기독교대학

종잣돈 500만원으로 9.9㎡(3평) 공간에서 시작한 학교는 3명의 직원이 벌인 모험과 같았었다. 버스 토큰이 없어 서울 노량진부터 방배동까지 걸어온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러나 그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재정 부족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으로 일하면서도 영혼을 살리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신학교가 자리를 잡을 무렵인 81년 2월 전두환 대통령의 집권과 더불어 사회 정화라는 명분 아래 폐교 상황에 부닥쳤다. 장 총장은 “힘들게 일군 학교를 이대로 버릴 수는 없었다. 잠을 잘 수조차 없었다”면서 “목 놓아 기도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나님의 뜻에 맞는 분별력을 달라고 기도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서울시에서 인가받은 신학원을 인수하고 백석학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장 목사는 “고난의 시간을 통해 우리 학원의 설립자이며 주인은 오직 하나님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2003년 국내외 복음주의 신학자 3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백석학원 설립자의 입에서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다. “신학은 학문이 아닙니다.” 당시 장 목사는 “많은 신학자가 하나님을 단지 학문의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하나님을 인간의 이성적인 학문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적 생명력이 죽어 있는 신학으로는 영혼 구원의 간절함을 가르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주창하며 16세기 종교개혁 정신의 뿌리인 ‘5대 솔라(Sola)’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그가 이런 주장을 펼친 이유가 있었다. 과거 대부분 신학교는 무인가였다. 그런데도 목회자들은 복음에 대한 사랑이 컸다. 하지만 80년대 교육부 정책이 바뀌면서 7년제 목사 교육이 시작되고 서구에서 공부한 학자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목회 현장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장 목사는 “누구는 그때부터 신학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고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론만 무성할 뿐 말씀을 읽고 실천할 줄 모르는 중병에 걸리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이어 “서구 교회가 쇠퇴하고 하나님이 부정하는 시대에 신학적 이론만 붙들고 있다면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다. 다시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독교 교육의 미래

장 목사가 제시한 한국교회와 신학 교육의 미래는 신앙의 선조처럼 기도와 성경, 부흥사경회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는 “신학자들이 자신의 학문에 갇히면 학문적 교만과 독선이 신학교를 지배하게 된다”면서 “결국, (자신이) 하나님 보좌에 앉아 윤리와 도덕의 잣대로 티끌만 한 흠도 없는 지도자를 원하고 성경보다 교리를 앞세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 개혁, 기독교 교육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인간의 자리가 어디인지, 하나님의 자리가 어디인지 구분하면 그때부터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백석대는 급변하는 21세기 산업 트렌드를 반영한 지속적인 교육과정 개발, 학사제도 정비, 산학협력 활성화, 국내외 대학 교류 등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대학종합평가 및 교양교육평가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교육개혁추진 및 BK21 지원 대학, 특성화 우수대학 등으로 선발됐다.

장 목사는 “사명은 부르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내 욕망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리스도만으로 기쁨과 평안을 유지하며 비전을 붙들고 사는 것, 그것이 신앙생활, 기독교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장 목사는 “지난 45년 백석학원의 역사는 무릎 꿇고 기도하며 걸어온 기도의 역사”라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면 절대 계산하지 않고 순종하겠다. 그렇게 할 때 100년, 200년은 물론이고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기독교 대학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