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판사 4명 무죄 확정인데… 임종헌·양승태 1심은 ‘거북이 걸음’

입력 2021-11-30 04:06
연합뉴스TV 제공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14명 중 4명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본류에 해당되는 재판은 1심 결론조차 기약이 없는 상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는 아직 수십명의 증인이 남았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은 내년 초 재판부 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9일 임 전 차장의 122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오전 재판에는 임 전 차장이 기획조정실장이던 2015년 법원행정처 홍보심의관으로 일했던 현직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신문을 마친 후 재판부는 “일부 증인들로부터 불출석사유서와 신문기일 변경 신청서가 들어왔다”며 “오후 예정된 신문은 다음 달 14일로, 다음 달 14일 증인신문은 내년 1월 25일로 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11월 기소된 사건이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된 것이다.

임 전 차장 재판은 증거조사 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다. 재판부가 서증 요지를 고지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자 임 전 차장 측이 서증 전문을 낭독해야 한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 측이 “재판이 불공정하다”며 재판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내자 재판부가 “소송 진행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이를 기각하기도 했다. 게다가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는 중앙지법에서 6년째 유임 중이라 내년 초 법관 인사에서 재판부 구성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공판갱신 절차로 또 여러 기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도 공판갱신을 이유로 약 7개월간 멈췄다가 이달 초에야 다시 증인신문에 돌입했다. 200차 공판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수십명의 증인이 남아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에도 1심 결론이 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으로 꼽힌 이들 재판이 1심에 머물러 있는 동안 함께 기소됐던 법관들은 1, 2심을 거쳐 대법원 판결까지 종결되고 있다. 지난 25일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까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재판이 완전히 마무리된 전현직 판사는 4명으로 늘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