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당사자들을 몰아치듯 소환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비롯한 ‘대장동 4인방’을 재판에 넘긴 후 사업을 둘러싼 로비 의혹과 비호세력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수사의 중심축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검찰은 지난 27일 곽상도 전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은 취재진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을 이용해 서울중앙지검 청사 로비가 아닌 별도 통로를 이용해 조사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은 이튿날 새벽 3시까지, 권 전 대법관은 새벽 2시까지 각각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지난 26일엔 박영수 전 특검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50억 클럽 수사 대상 중에는 곽 전 의원 관련 수사 진척이 가장 빠르다. 그는 2015년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성남의뜰)이 무산될 위기를 막아준 대가로 아들 병채씨를 통해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곽 전 의원이 하나금융지주 최고위층에 연락해 하나은행이 화천대유 측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상황이다. 알선수재 혐의를 달아 곽 전 의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곽 전 의원은 조사에서 혐의 전부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을 상대로는 지난해 11월 이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월 1500만원 상당의 고문료를 받은 경위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이 후보가 무죄 취지의 선고를 받는데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김씨는 2019년 7월~2020년 8월 모두 9차례 대법원을 방문하면서 8차례 방문지로 ‘권순일 대법관실’을 기재했었다.
검찰은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서도 대장동 관련 의혹 전반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로 재직했으며, 그의 딸도 화천대유에 취업해 대장동 아파트 잔여분 1채를 비교적 헐값에 분양받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친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씨와 김씨 간에 100억원대 자금이 오간 경위 등도 추궁했다. 화천대유가 거둔 수익 일부가 여러 경로를 거쳐 박 전 특검 측으로 흘러갔는지 확인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은 불법적인 자금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회장을 상대로도 2019년 김씨와 수십억원대 금전 거래를 한 이유와 오간 돈의 성격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과 사실관계를 따져보며 형사 처벌 대상자와 수위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50억 클럽 명단에 오른 인사 중 2~3명이 기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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