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50억 클럽’ 조사 속도전… 곽상도 ‘영장 카드’부터 만지작

입력 2021-11-29 04:02
검은색 차량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권순일 전 대법관과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50억 클럽’ 연루 의혹을 받는 이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당사자들을 몰아치듯 소환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비롯한 ‘대장동 4인방’을 재판에 넘긴 후 사업을 둘러싼 로비 의혹과 비호세력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수사의 중심축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검찰은 지난 27일 곽상도 전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은 취재진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을 이용해 서울중앙지검 청사 로비가 아닌 별도 통로를 이용해 조사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은 이튿날 새벽 3시까지, 권 전 대법관은 새벽 2시까지 각각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지난 26일엔 박영수 전 특검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50억 클럽 수사 대상 중에는 곽 전 의원 관련 수사 진척이 가장 빠르다. 그는 2015년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성남의뜰)이 무산될 위기를 막아준 대가로 아들 병채씨를 통해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곽 전 의원이 하나금융지주 최고위층에 연락해 하나은행이 화천대유 측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상황이다. 알선수재 혐의를 달아 곽 전 의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곽 전 의원은 조사에서 혐의 전부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을 상대로는 지난해 11월 이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월 1500만원 상당의 고문료를 받은 경위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이 후보가 무죄 취지의 선고를 받는데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김씨는 2019년 7월~2020년 8월 모두 9차례 대법원을 방문하면서 8차례 방문지로 ‘권순일 대법관실’을 기재했었다.

검찰은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서도 대장동 관련 의혹 전반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로 재직했으며, 그의 딸도 화천대유에 취업해 대장동 아파트 잔여분 1채를 비교적 헐값에 분양받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친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씨와 김씨 간에 100억원대 자금이 오간 경위 등도 추궁했다. 화천대유가 거둔 수익 일부가 여러 경로를 거쳐 박 전 특검 측으로 흘러갔는지 확인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은 불법적인 자금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회장을 상대로도 2019년 김씨와 수십억원대 금전 거래를 한 이유와 오간 돈의 성격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과 사실관계를 따져보며 형사 처벌 대상자와 수위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50억 클럽 명단에 오른 인사 중 2~3명이 기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