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뮤지컬의 아이콘’ 스티븐 손드하임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록스베리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손드하임의 변호사이자 친구인 F 리처드 파파스는 “손드하임의 병세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갑작스러운 죽음”이라고 덧붙였다. 손드하임은 자택에서 친구들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지내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30년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손드하임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이자 작사가다. 27살 때인 1957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작사가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해 뮤지컬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예술임을 보여줬다.
뮤지컬에서 음악을 대본의 일부로 생각한 그의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노래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어쌔씬’ ‘스위니 토드’ ‘컴퍼니’ ‘태평양 서곡’ ‘폴리스’ ‘리틀 나이트 뮤직’ 등으로 토니상(공로상 포함) 9개, 그래미상 8개, 아카데미상 1개, 퓰리처상 1개 등을 받았다. 2015년 미국 민간인 최고의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으며(사진)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는 그의 이름을 딴 극장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부고를 전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의 길을 모색한 손드하임은 20세기 후반 극장가에서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작곡가 겸 음악가”라며 “미국 뮤지컬의 기준을 수립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손드하임은 모험적이지 않은 가족 오락거리로 여겨지던 뮤지컬의 위상을 높였다”고 전했다.
문화계에서도 애도가 이어졌다. 영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손드하임은 우리 시대 뮤지컬의 거인”이라며 추모했다.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는 “극장은 가장 위대한 천재 중 한 명을 잃었고, 세계는 가장 위대하고 독창적인 작가 중 한 명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