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선대위원장 직을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면담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각에서 거론되던 사퇴설 등을 일축한 것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아예 고려 안 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 전 위원장은 그간 김병준 위원장의 선대위 배제를 합류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윤 후보가 김병준 위원장을 신임한다는 의사를 사실상 분명히 하면서 김 전 위원장과는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을 일절 하지 않겠다”며 사심 없이 대선 승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병준 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윤 후보와 20여 분간 비공개 면담했다. 그는 윤 후보에게 먼저 면담을 요청하고 간담회도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위원장은 “선거가 하루가 급한데 그냥 있을 순 없다”며 “김 전 위원장이 어떤 입장이든, 모시든 안 모시든 간에 선대위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안 맡고 하시는 문제는 제가 이야기해 드릴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저도 나름대로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서 상의도 드리고 다 잘 되는 줄 알았는데 결과가 다른 방향으로 가서 조금 당혹스럽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아예 고려 안 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끄덕인 것 맞느냐’는 이어진 질문에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김병준 위원장의 간담회 이후 벌어진 일이다. 이를 두고 선대위 합류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과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은 24일 만찬 회동이 결과 없이 끝나면서 불거졌다. 양측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국민의 피로감과 당내 위기감은 동시에 커진 상황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선대위 쇄신과 맞물려 컨벤션 효과도 사라졌고 국민 피로감도 상당하다”며 “윤 후보가 선대위 출범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과의 ‘타협안’으로 거론됐던 김병준 위원장의 역할 조정 문제에 대해 “역할 조정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위원장 합류를 고집했던 이준석 대표도 윤 후보 결정에 일단 힘을 실었다. 그는 YTN 인터뷰에서 “김병준 위원장이 사실상의 총괄선대위원장 격으로 활동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제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자) 당대표라도 두 명이 직책을 나눠 갖는 건 업무분장이 정확지 않아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 직위를 갖고 선거를 치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선대위 운영에서 김병준 위원장이 사실상의 ‘원톱’ 역할을 당분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막판 중재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또 다른 방법을 써서 (김 전 위원장을) 모셔오는 작전을 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밤 김 전 위원장 자택에서 김 전 위원장 부부와 와인을 마시며 선대위 합류를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