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성년 리얼돌, 수입 보류는 적법”

입력 2021-11-26 04:08
관세청에서 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인 리얼돌(왼쪽)의 통관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오른쪽은 지난 2019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 현장. 연합뉴스

여성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본뜬 ‘리얼돌’의 수입을 보류한 세관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미성년자 리얼돌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자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된다고 본 최초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A씨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리얼돌 수입 보류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9월 중국 업체로부터 전체 길이가 150㎝, 무게가 17.4㎏인 리얼돌을 수입하려했지만, 인천세관장은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수입 보류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전체적 모습이 신체와 유사하거나 표현이 구체적이며 적나라하다고 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 판단은 2심에서도 유지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문제의 리얼돌이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본뜬 성행위 도구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된다고 봤다. 이 리얼돌이 16세 여성의 평균 신장과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고, 얼굴 부분도 미성년자 인상에 가까워보인다는 점에서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며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성인 여성을 본뜬 리얼돌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리얼돌 길이와 무게를 기준으로,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의 외관을 본뜬 것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처음으로 판단한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성명서에서 “아동·청소년을 성행위의 대상으로 보거나, 성범죄 위험성을 증폭시키는 어떠한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법원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여성단체들은 리얼돌을 법적으로 전면 금지시키기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란 입장을 냈다.

반면 리얼돌 판매 업체 관계자는 “이번 판결 대상이었던 리얼돌의 외양은 기존에 승소 판결을 받은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며 “그런데 정반대의 판단이 나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