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민중·여성 3가지 키워드 바탕으로 한국사회 통합을 신학적으로 모색할 것”

입력 2021-11-25 03:05
최태관(왼쪽 네 번째) 한민족통일신학연구소 소장과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통연 제공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신학자였던 원초(原草) 박순경(1923~2020) 박사(이하 존칭 생략)의 애창곡은 가수 전인권이 부른 ‘걱정 말아요 그대’였다. 병상에 있을 때도 그는 이 곡을 즐겨 들었다고 한다. 특히 후렴구인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라는 대목을 좋아했다. 박순경의 제자였던 김애영 한신대 명예교수는 이 곡을 부르는 스승한테 물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 ‘새로운 꿈’은 뭔가요.”

박순경은 “민중해방 민족해방 여성해방 민족통일 세계평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가 품었던 이들 5개의 꿈은 충남 천안에 있는 그의 묘비에도 그대로 새겨져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자리는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에서 열린 ‘박순경 박사 1주기 추모 학술회’였다. 감신대 부설 연구소인 한민족통일신학연구소(한통연)의 발족식을 겸한 자리이기도 했다.

최근 감신대를 찾아가 한통연 소장인 최태관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연구소 이름에도 담긴 ‘통일신학’이 무엇인지부터 물었다. 최 교수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화해 방안을 모색하는 신학”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순경 교수는 통일신학의 주제로 민족과 민중, 여성을 꼽았다”며 “이들 3가지 키워드에는 공통적인 게 있는데, 그 안에 한국사회의 대립과 갈등의 풍경이 숨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님이 내세운 3가지 키워드를 보면 ‘민족’에선 남북의 반목, ‘민중’에서는 빈부의 대립, ‘여성’에서는 젠더 갈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교수님은 이들 키워드에 담긴 분열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없다고 하셨어요. 한통연은 이런 내용을 사상적인 바탕으로 삼으면서 한국사회의 통합을 신학적으로 모색하는 단체가 될 겁니다.”

한통연은 앞으로 통일신학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반도 현실을 살펴보는 ‘철원 DMZ 기행’과 ‘평화 성서 학교’를 준비하고 있으며, 매년 가을엔 학술대회도 개최한다. ‘통일에 밑받침이 되는 물질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평화기금 모금도 검토하고 있다.

최 교수는 “통일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기관이 됐으면 한다”며 “당분간은 한국교회와 많은 일을 벌이게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교계 바깥에 있는 시민단체와도 함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