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과오가 공보다 훨씬 커”… 이재명 “전씨, 내란 학살 주범”

입력 2021-11-24 04:02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전씨 빈소에 침통한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한결 기자

정부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족 측의 요청이 없었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12·12 군사 쿠데타를 주도하고 5·18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전씨의 과(過)가 공(功)보다 훨씬 크다는 판단이 결정적인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씨의 빈소를 방문하지 않고, 조화도 보내지 않을 예정이다. 정부 차원의 장례 지원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면서 “유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전씨가) 끝내 역사에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면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당시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북방정책 추진 등의 성과를 냈다”는 문 대통령의 평가를 공개했다. 그러나 전씨 사망에는 문 대통령의 발언 대신 청와대 명의 입장으로 대신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별세 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전 대통령’이란 호칭을 쓴 것에 대해선 “브리핑을 위해 직책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이라고 직접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씨는 퇴임 후 내란과 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 순방을 이유로 노 전 대통령 빈소에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대신 보냈고, 조화도 전달했다.

전씨가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생전에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비자금 조성 혐의로 선고받은 추징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전씨 영정사진을 향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전씨의 장례는 유족의 뜻에 따라 5일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전씨 측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도 전씨 장례를 국가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전씨 유족 측이 유해를 화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장지에 대한 별도의 논란은 없을 전망이다. 민 전 비서관은 “(전씨가) 평소에도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려라’ 그런 말씀을 가끔 하셨다”면서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내란죄 등의 실형을 받아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다.

여야 대선 주자와 지도부도 전씨 사망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며 빈소 조문에 선을 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씨는 내란 학살 사건 주범”이라며 “최하 수백명의 사람을 살상한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께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조문 계획을 검토했다가 입장을 바꿨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에 당 대변인을 통해 조문을 가지 않기로 했다고 번복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씨 상가에 따로 조문할 계획이 없다”며 “당을 대표해 조화는 보내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조문을 가지 않겠다는 뜻을 알렸다.

일부 시민단체는 전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전씨의 부역세력들은 지금이라도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민 전 비서관은 “전 대통령이 공수부대를 배후에서 사실상 지휘했고 그래서 사실상 발포 명령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발포 명령은 없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