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총장 재임 시절 발생한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9월부터 이 사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왔지만, 당시 지휘라인의 최정점인 윤 후보로 수사가 올라갈 결정적 증거와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손 검사를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조만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2일에 이어 10일 손 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손 검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지난해 4월 부하 검사 등을 동원해 범여권 인사들의 고발장을 작성한 뒤 이를 야당에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공수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화면에 표기된 ‘손준성 보냄’ 문구를 단서로 잡고 수사해 왔다.
하지만 두 달 넘게 이어진 수사에도 의혹의 첫 단추인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 23일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손준성과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은 성명불상의 검찰 공무원에게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다’고 기재됐다. 공수처가 의도적으로 쥐고 있는 ‘패’를 모두 보여주지 않은 것이란 분석도 나왔지만, 이후 김 의원 등 핵심 관계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고발장 작성 및 전달 경로에 관한 유의미한 진술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부하 검사들이 검색한 실명 판결문이 고발장과 함께 김 의원에게 전달된 점, 김 의원이 조씨와의 통화에서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드리겠다”고 언급한 점 등을 봤을 때 손 검사가 고발 사주 과정에 관여한 정황은 뚜렷하다고 본다.
다만 애초 윤 후보와 손 검사의 순차적 지시에 의한 직권남용 혐의 입증을 목표로 삼았으나, 손 검사의 벽도 제대로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윤 후보를 상대로 한 직접 조사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선거에 영향이 없도록 (수사)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수처는 윤 후보가 피의자로 입건된 다른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해 손 검사 측에 26일 내지는 27일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19~20일 출석을 통보했지만 손 검사 측이 일정 변경을 요청해 날짜를 다시 통보한 것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