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의 ‘겉보기’ 고용지표는 나아졌지만 고용의 질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0, 30대 취업자 10명 중 4명은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인 단시간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시간 일자리는 저숙련 업무가 대부분이라 ‘질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23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0, 30대 취업자 902만명 중 360만명(39.9%)은 36시간 미만 단시간 취업자였다. 이는 1년 전보다 2.5배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체 연령의 단시간 취업자 수(1084만명)도 2배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0, 30대의 증가폭이 더 컸다. 36시간 미만 취업자 통계에서 일시휴직자는 제외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조사 기간에 대체공휴일이 포함돼 평균 근로시간이 줄어든 영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2030 취업자는 매년 느는 추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코로나19 때문에 줄었던 청년 고용이 지난달까지 거의 99.9% 회복됐다. 다만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되고 있느냐는 것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점도 이 같은 추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2030세대가 단시간 일자리로 내몰리는 이유는 좁은 정규직 취업문을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다. 짧은 근로시간을 원치 않는데도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간제 근로를 택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10년간 36시간 미만 시간제 근로자를 분석한 결과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의 증가 속도가 임금근로자보다 2.8배 높았다. 생계형 시간제 근로자는 청년층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상장사 절반이 직원을 줄일 정도로 정규직 취업 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2030세대가 불가피하게 단시간 일자리로 몰리는 것”이라며 “인적 자원은 오랜 노하우와 스킬이 쌓여야 하는데 단시간 일자리는 저숙련 업무가 대부분이라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다.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정규직 일자리가 없으니 결국 청년들은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갈 수밖에 없다”며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