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넘겨진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인물들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을 축소하고,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모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배임의 공범이자 ‘윗선’과의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정민용 변호사(전 공사 전략사업실장)에 대한 보완 수사에 나섰다.
국민일보가 23일 입수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공소장에는 이들이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유동규(구속 기소) 전 공사 기획본부장, 정 변호사와 한 팀처럼 움직이며 모의한 과정이 담겼다.
사업 설계자 역할을 한 정 회계사는 사업 공고 이전부터 정 변호사를 접촉, 공모지침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회계사는 2015년 1~2월 초 자신의 사무실에서 정 변호사를 만나 ‘필수 조항 7개’가 공모지침에 반영됐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통해 공사 이익은 축소되고, 민간 이익이 극대화됐다고 봤다. 정 변호사는 같은 해 2월 11일에도 정 회계사를 만나 ‘공사가 임대주택 부지만 배당으로 받아가도록 공모지침서가 만들어지면 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정 변호사는 민간사업자 공모 평가에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대한 ‘점수 몰아주기’에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상대평가 16개 항목에 모두 ‘A’를 줬다.
화천대유가 평당 1500만원인 택지 분양가를 평당 1400만원으로 낮추며 부당 이득을 얻게 된 배경도 추가됐다. 김씨와 남 변호사는 2015년 1월 공모 신청 단계에서 정 회계사에게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모양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에 정 회계사는 민간과 공공이 50대 50으로 분배받는 것처럼 보이도록 평당 1400만원을 기준으로 예상 사업이익을 산출했다고 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2011년 초 천화동인 7호 소유주 배모 기자를 통해 김씨를 알게 됐고, 2012년 말 김씨로부터 유 전 본부장를 소개받았다. 앞서 구속영장에는 남 변호사가 정 회계사와 알고 지내던 최윤길 전 경기도 성남시의회 의장을 통해 유 전 본부장을 알게 된 것으로 돼 있었다. 검찰은 이날 정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