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틴 김에 더?… 다주택자, 종부세 반발 ‘매물 잠금’ 심화할 듯

입력 2021-11-24 04:03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거래절벽이 꼭 가격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주택 시장에서 지난해부터 반복해서 관찰된 현상이다. 시장에선 오히려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를 찍는 일이 빈번했다. 다주택자들이 집값 상승 기대를 꺾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데다, 실제 집값 추이도 여기에 부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종부세 인상이 예상된 후로도 매물 출회는커녕 버티기에 들어간 다주택자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2년 이상 이어진 줄다리기는 최소 내년 대선과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6월 1일)까지 이어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7만9964건 가운데 증여 거래는 1만804건으로 전체의 13.5%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종부세 강화를 골자로 한 2019년 12·16 부동산대책 이후 다주택자들은 집을 파는 대신 ‘증여’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후 종부세 세율과 구간, 보유주택 수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지만,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최근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납세자들은 ‘증여 버티기’에서 나아가 ‘집단 반발’ 움직임도 보인다. 종부세 위헌청구시민연대는 종부세 위헌청구 소송인을 모집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주요 아파트단지에 집단소송 참여 안내문을 부착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소송인단을 모으는 중이다. 정부 목적은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지만, 이런 반발이 계속되는 한 ‘매물 잠금’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 공간 분위기는 더 험악하다. 다주택자 사이에서 전·월세를 더 올려 세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협박’도 공공연히 나온다. 정부에선 주택 보유자들이 시장의 수요·공급을 무시하고 임대료를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이 시행된 후나, 지난 7월 종부세 인상안 윤곽이 드러난 뒤에 이런 이유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고 진단한다.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의 순수 전세 매물은 3만350건으로 임대차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6월(1일 기준) 4만5429건에 비하면 33.2% 줄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매물 출회와 집값 하락이라는 실제 목적에 맞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부동산 세제는 ‘입구’에 해당하는 취득세, 보유 단계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물론이고 ‘출구’인 양도소득세에 이르기까지 전체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강화하는 구조다.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려면 종부세는 몰라도 양도세는 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이 양도세 강화는 커녕 종부세 인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이 주요 쟁점이 된 내년 대선까지 매물 잠금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