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문화교류 중단 안돼… 서울 오게 돼 너무 기쁘다”

입력 2021-11-24 04:07
발레리 게르기예프 러시아 마린스키극장 총감독 겸 예술감독이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게르기예프는 ‘러시아 시즌’의 일환으로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마린스키 스트라디바리우스 앙상블의 첫 한국 공연을 위해 내한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문화교류는 아무리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해선 안 됩니다. 국가 간 정치·경제 등 여러 이슈에도 불구하고 문화교류 덕분에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황제)로 불리는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68)는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2년 만에 서울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게르기예프는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마린스키 스트라디바리우스 앙상블의 첫 한국 공연을 위해 내한했다. 게르기예프 주도로 2009년 창설된 마린스키 스트라디바리우스 앙상블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현악 수석 단원을 주축으로 구성된 마린스키 극장의 정예 연주단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은 ‘러시아 예술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곳으로 오케스트라, 오페라단, 발레단을 전속단체로 거느리고 있다.

이번 공연은 러시아가 매년 각국을 돌며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러시아 시즌’의 일환으로 열린다. 러시아 시즌은 올해 대대적으로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미뤄지다가 결국 축소돼 지난달부터 열리고 있다.

게르기예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 방문은 지난해 11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일본 투어에 이어 이번 서울 공연이 두 번째다. 원래 지난해 빈필의 아시아 투어에 일본 다음으로 한국 공연이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됐다”며 “올해도 불과 2~3주 전에 한국 공연이 가능하다는 최종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도 모스크바 출신인 게르기예프는 23살 때인 1977년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78년 마린스키극장 오페라 부지휘자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88년 마린스키극장 오페라 및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이 됐다. 80~90년대 구 소련의 개방과 붕괴 등 혼란 속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마린스키 극장을 굳건히 지킨 그는 96년부터 총감독까지 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라는 수식어답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그지만 팬데믹 이후엔 마린스키 극장의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마린스키 극장은 확진자가 나온 적도 있지만, 꾸준히 공연을 이어왔다.

“코로나19로 러시아 문화예술계 역시 타격을 입었지만 예술 활동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마린스키 극장에선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어요. 대면 공연은 줄었어도 새로운 작품을 꾸준히 준비하고 만들었습니다. 예술가들은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오래 쉬면 기량이 줄어드는데, 저희 단원들은 오히려 더 많은 작품을 접하며 성장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알렉세이 레베데프 ‘러시아 시즌’ 준비위원장은 “게르기예프의 리더십 덕분에 팬데믹 상황에서도 러시아 예술가들이 직장을 잃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