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숨지면서 그의 5·18민주화운동 사자(死者)명예훼손 사건 판결은 미완으로 남게 됐다. 전씨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광주 헬기 사격을 목격·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심은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2심을 맡은 광주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재근)는 오는 29일 전씨의 결심공판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씨가 사망하면서 재판부는 심리 절차를 종료하는 공소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 형사소송법 328·382조는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원 관계자는 “전씨의 사망진단서 등 공식적인 서류가 접수되는 대로 재판 절차가 종료된다”고 말했다.
전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법원 판단은 결국 1심 판결문으로만 남았다. 앞서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했다. 1심 재판부는 “전씨는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역사 왜곡 회고록을 출판해 조 신부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조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3년 넘게 법정 다툼을 벌였는데 끝내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떠나 허망하다”며 “뉘우침과 역사적 정리 없이 떠나 더욱 원망스럽고 한스럽다”고 했다.
전씨 사망으로 미납 추징금 956억원 환수 절차도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 효력은 피고인에게만 적용되는데, 추징도 일종의 형벌 집행이라서 당사자에 한정된다는 법리 해석이 유력하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지난 9년간 국가가 전씨로부터 환수한 금액은 전체 추징액 2205억원 가운데 약 57%인 1249억원이다. 검찰 관계자는 “미납 추징금 집행 가능성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전씨 유족에게서 ‘상속재산’을 추징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형사소송법 478조에 피고인이 재판 확정 후 사망한 경우 상속재산에 대해 벌금 또는 추징을 집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는 조세·전매 등 사건으로 한정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인 사망 시 집행 불능 결정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현재 공매 등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도 적용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씨가 체납한 지방세도 9억82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전씨가 사망함에 따라 2018년 압수한 병풍, 냉장고, TV 등을 공매 처분할 예정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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