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빼” “못빼”… 스페인 임대차 전쟁

입력 2021-11-24 04:06
AFP연합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주택을 대거 임대한 외국 투자회사가 집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와의 임대차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퇴거를 통지받은 일부 세입자는 건물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르셀로나 중심부 주택에서 퇴거를 거부하는 세입자 아나 마리아 바네가스의 사례를 2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 주택 소유주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 ‘케르베르스 파이낸셜 매니지먼트’다.

바네가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하게 되자 결국 퇴거 통보를 받았다 지난 4월부터 건물을 무단점거 중인 그는 “이 집에서 우리는 그들을 압박하는 것이 목표”라고 신문에 말했다.

케르베르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스페인 곳곳에서 부동산을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경제가 정상궤도에 올랐을 때 임대로 공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스페인 실업률이 15%까지 치솟는 등 경제가 다시 흔들리면서 올해 상반기 전국적으로 퇴거 사례가 급증했다.

주민들은 집주인인 투자회사가 전국 세입자에게 퇴거 통지서를 대량으로 발송하거나 임대료가 밀린 이들과의 임대차 계약을 취소했다고 하소연했다.

이후 바르셀로나에는 ‘케르베르스와의 전쟁’이라는 단체가 결성됐다. 주택 관련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케르베르스 측이 경찰과 함께 세입자들을 집에서 내쫓으려 할 때 건물을 둘러싸고 진입을 막는다. 주민이 쫓겨나면 케르베르스가 소유한 다른 집으로 보내 그곳을 점유하도록 한다. 법적으로 불법 점거다.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때로는 침입을 하기도 한다.

‘케르베르스와의 전쟁’은 바르셀로나에서 수십 가구가 케르베르스 소유 건물을 무단으로 점거 중이라고 설명했다. 바네가스가 그중 한 사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