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렴한 가격으로 상가를 임대하는 방식인 ‘공공임대상가’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공공임대주택처럼 부담없는 비용으로 장사할 터전을 정부가 대여해주는 식이다. 이는 상가 임대료를 깎아주면 세제 혜택을 주는 ‘착한 임대인 제도’만으로는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기 힘들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언급한만큼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임대상가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사람은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자영업자였다. 지난 21일 문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 질문자로 참여한 박정애씨는 “주택이 없는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듯이 그런 것(공공임대상가)도 한 번 제안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5년간 식당을 운영하다 폐업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처럼 점포(상가)의 경우도 그런 방안을 구상해 전체적으로 임대료가 내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다”라고 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여파로 폐업이 늘면서 급격히 증가한 공실을 어려운 자영업자들에게 제공할 방안을 찾아달라는 자영업자의 호소에 문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화답한 셈이다. 실제 상가는 코로나19사태로 높은 공실률을 보이고 있지만 임대료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상가 공실률은 3분기 기준 10.1%였다. 10곳 중 1곳은 빈 상가로 남아있다는 얘기다. 수도권을 벗어날수록 이 수치는 늘어난다. 충청북도의 경우 공실률이 27.7%에 달한다.
상가 소유주들의 경우 세부담이 적은 반면 현행법 상 한 번 임대하면 10년간 임대료를 올리기가 힘들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재계약 시 최대 5%까지만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다. 최초 계약금액이 높아야 이득이 보장되는 구조다. 공실로 남겨 두더라도 매년 재산세 0.25%만 내면 된다. 그러다보니 굳이 임대료를 내릴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도 “곳곳에 공실이 많은데 점포주들이 임대료를 낮추지 않고 비워 둔다”며 “소상공인 어려움 헤아려서 임대료를 낮춰준다면 서로 상생을 할텐데 안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착한 임대인 제도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공공임대상가 도입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착한 임대인 제도 혜택을 받은 자영업자 수는 18만910명로 전체 자영업자(556만8000명)의 3.2%에 불과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에는 임대료를 받지 않고 공실을 대여한다는 사람도 나타난다”고 했지만 현실은 혜택을 받은 자영업자가 극소수다.
공공임대상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수적이다. 재원마련 방안 등을 담은 법제화도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은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취지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