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원톱’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되기 직전에 “시간을 갖고 고민해 보겠다”고 밝힌 사실이 22일 알려졌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지난 21일 김종인·김병준·김한길로 대표되는 ‘신 3김 삼각축’ 출범을 공언했다. 그러나 선대위 닻을 올리기도 전에 김종인 전 위원장의 합류 연기라는 암초를 만났다. 당내에서는 상황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을 경우 최근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컨벤션 효과’의 기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후보 측은 김 전 위원장의 의사를 전달받은 뒤 진의 파악에 부심했다. 김 전 위원장은 21일 오후 이준석 대표에게 총괄선대위원장 인선안을 최고위원회의에 부의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를 윤 후보 측에 전달했고 최고위는 평소보다 2시간 늦춰진 오전 11시20분으로 공지됐다. 이 대표는 선대위 총괄상황실장으로 유력한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22일 오전 김 전 위원장을 찾았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시간을 갖고 고민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후에도 김 전 위원장의 서울 광화문 사무실을 방문하며 조율에 나섰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에 대한 걱정을 시간을 갖고 고민해 보자는 말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지자들에게 더 신뢰를 얻어 확장을 해야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한 여러 고민을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정태근 전 의원도 김 전 위원장을 만난 뒤 “금방 합류하실 것 같지 않다”며 “선대위 구성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시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애초에 확실히 합의가 안 된 상황에 대해 윤 후보가 너무 앞서 나간 것 같다”며 “지금은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3김 중 1명으로 간주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윤 후보로선 ‘김종인 설득’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내부 정리가 안 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리더십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이런 상황 자체가 윤 후보 리더십에 대한 손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논란을 ‘예견된 사고’로 보는 시각이 많다. 수도권 한 의원은 “윤 후보나 김 전 위원장은 전형적인 보스 스타일”이라며 “호랑이와 사자의 동거에 대한 우려가 예전부터 높았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이번 위기를 수습해도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선대위 구성이 지연되고 내부 알력 다툼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한 의원은 “김병준 전 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등 모든 세력을 다 모셔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계속 합류를 거부하신다면 윤 후보가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윤 후보가 최고위에서 “김 전 위원장이 하루 이틀 시간을 더 달라고 하셨다”고 말한 배경을 두고도 당내에선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이틀이라는 시한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동성 손재호 기자 theMoon@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