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2일 ‘이재명의 민주당’이 출범했음을 선언했다. 이 후보는 국민과 당원 의견을 빠르게 수렴해 새 선대위 구성안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 측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서둘러 선대위 직책에서 사퇴해주기를 바란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프레스룸을 찾아 “새롭게 변화하고 혁신하는 선대위와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권한을 위임해주셨기 때문에 당과 선대위가 신속하고 실천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면 모두 제 책임이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언하면서 이날 민주당의 모든 메시지는 이 후보에게 집중됐다. 이 후보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 국민 선대위’ 1차 회의도 청년들과 함께 열었다. 취업준비생, 워킹맘, 신혼부부, 청년 창업자 등이 참석했다. 1주일 전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중진의원 10여명과 함께했던 회의 풍경과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임을 인정한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그러나 대장동 수사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 글에서 “(대장동) 특검에 조건 없이 동의한다”며 “조건 없는 특검을 거부한다면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 측은 새로운 선대위 구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선대위 조직 자체는 흔들지 않으면서 인적 구성만 빠르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후보 측은 현재 선대위에 소속된 의원들이 먼저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혀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의원들이 먼저 직함을 던져 선대위를 빈칸으로 만든 후에 이 후보에게 재편성 권한을 넘겨야 한다”며 “지금처럼 ‘후보가 자르려면 자르시오’라고 하면 후보 손에 피를 묻히게 되고, 종국에는 모든 부담이 후보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선대위에서 다선 의원으로 이뤄진 본부장급 의원 그룹을 떨어내 후보와 실무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 이 후보 측 구상이다.
이 관계자는 “송 대표부터 당장 호남에 내려가 뛰어주면 다른 의원들도 모두 현장으로 내려가 선거운동에 매진하지 않겠느냐”며 “의원 그룹을 절반만 덜어내도 선대위가 훨씬 빠르고 조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극약처방’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의원도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이 후보에게 이미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는데 뭘 더 내놓으라는 얘긴지 모르겠다”며 “시켜 달라고 부탁했던 것도 아닌데 (선대위 출범 이후) 3주 만에 전원 사퇴하라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되물었다. 한 중진의원도 “내부에 원망이 쌓이면 선거에서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욱 정현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