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전통의 명문 포항 스틸러스가 아시아 무대 정상에 도전한다. 전력과 객관적인 상황 등 불리한 점이 많지만 여태까지 달려온 여정에서 난관을 수차례 극복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온 터라 기대할 만하다.
포항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킹파흐드 스타디움에서 사우디 구단 알힐랄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을 치른다.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 1시다. 경기장이 개방되면서 6만8000여 관중석에 사우디 현지 팬들이 들어찰 전망이다. 상대를 향해 일방적인 응원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포항은 전력 누수가 심한 편이다. 기대치를 웃도는 활약을 해온 유망주 공격자원 이승모가 병역 문제와 코로나19 상황이 겹쳐 출국하지 못했다.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주전 강현무 골키퍼를 대체할 게 유력한 건 올 시즌 8경기 출장기록이 전부인 프로 3년 차 유망주 이준이다. 측면 자원 권기표는 부상으로 이번 원정 선수단에 합류하지 못했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이승모가 빠진 건 포항 입장에서 타격이 크다. 권기표가 빠진 것도 교체 등 선택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상대 전력은 막강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완지시티에서 기성용과 함께 뛴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바페팀비 고미스가 있다. 36세 노장이지만 올 시즌 리그 9경기 5골로 기량은 여전하다. EPL 웨스트브로미치앨비언에서 핵심이던 윙어 마테우스 페레이라도 리그 6경기 4도움으로 활약하고 있다. 말리 국가대표 공격수 무사 마레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수비진에는 2018년 체육요원 봉사실적 위조 사건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한 장현수도 뛰고 있다.
박 위원은 “많은 아시아팀이 그렇듯 알힐랄도 좋은 공격수를 데려와 그 위력을 활용하는 팀”이라며 “결국 고미와 마레가를 막을 수 있느냐가 포항에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선수 외에 지난 16일 월드컵 최종예선 베트남전에 나섰던 사우디 대표팀 선수단 중 7~8명이 알힐랄 소속”이라며 “액면가 전력으로는 포항이 밀린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미드필드 싸움에서는 밀리지 않을 수 있지만 다른 부문에선 쉽지 않다”고 했다.
이번 경기는 포항과 알힐랄 모두의 명예가 걸려있다. 두 팀 모두 ACL의 전신 아시안클럽챔피언십을 포함해 각각 세 번 우승컵을 들었다. 대회 참가국 중 최다 우승횟수다. 이번 경기에서 이기는 팀이 역대 최다 우승팀의 영예를 안는다. 알힐랄의 최근 우승은 2019년, 포항은 2009년이다. 김 감독은 포항이 2009년 우승할 당시 팀의 주축선수였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아시아 무대를 제패한 건 신태용 현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 감독뿐이다.
포항의 우승이 구단의 운영 기조를 바꿀 수 있을지도 팬들의 관심사다. 포항은 그간 객관적인 전력 이상의 성적을 매번 내오고도 주축선수를 시즌 종료 뒤 팔아 팬들의 원성을 샀다. 박 위원은 “안타깝지만 포항의 과거를 돌아보면 우승 시즌 직후에도 기쁨을 채 만끽하기 전에 주축선수를 팔았다”면서 “모기업의 사정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에 기조가 바뀐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모기업에 구단의 성과가 도움이 되고 다시 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고민할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