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23년 만에 민영화… 4대 금융지주 지각변동 오나

입력 2021-11-23 04:04

우리금융지주가 1998년 외환위기(IMF)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 이후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이뤄냈다. 이에 따라 실질적 경영권은 예금보험공사(예보)에서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 등 과점체제의 6개 민간기업으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 입김이 감소하고 완전한 민간체제로 재편되는 만큼 우리금융지주는 내년부터 공격적인 투자로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이날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낙찰자 결정(안)’을 의결하고 5개사를 낙찰자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매각이 결정된 물량은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9.3%다. 유진PE가 4%를 낙찰받아 유일하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져갔다. 그다음으로는 KTB자산운용(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두나무(1%),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1%)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특히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우리금융지주가 전통적인 금융업 외에도 암호화폐(가상자산) 등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예보의 이번 잔여지분 매각은 외환위기 당시 한일·상업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대부분 환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매각 가격은 주당 평균 1만3000원대로, 지난 4월 블록세일 당시 낙찰가(1만335원)는 물론이고 원금회수 마지노선(9월 기준 주당 1만2056원)을 상회한다. 이번 매각으로 공적자금 8977억원을 추가로 걷어들여 총 투입액 12조8000억원 중 12조3000억원을 회수하게 됐다.

이번 매각으로 예보 추천 몫이던 우리금융지주 비상임이사직은 사라지게 됐다. 대신 IMM PE,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푸본생명, 유진PE 등 6개 과점주주가 각각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지며 완전한 민간 중심의 지배구조를 이룰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정부 입김에서 벗어남에 따라 더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건 정부 영향력에서 벗어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외국인 투자 증가로 인한 기업가치 제고 등 간접적인 효과로 비은행권 사업 부문을 더 강화할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강(KB·신한)·2중(하나·우리)’인 현 4대 금융지주 간의 경쟁 판도에 지각 변동이 생길지도 주목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금융회사는 공적 성격도 있지만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익성 강화가 중요하다”며 “대주주가 관(官)에서 민(民)으로 자리바꿈함에 따라 우리금융지주가 경영 효율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간 경쟁에서 이전보다 우위를 점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