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제주 4·3 사건 당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2530명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도록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수형인 명부가 발견되고 지난 6월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국가가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박 장관은 22일 4·3 사건 수형인 명부로 확인되는 2530명에 대해 “관련 법률에 따라 신속히 직권재심을 청구하라”고 지시했다.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가 박 장관에게 직권재심 청구를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법무부는 대검과 협업해 광주고검 산하에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을 구성했다. 제주 시내에도 합동수행단 사무소를 두기로 했다.
당사자가 아닌 국가(검사)가 재심을 청구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에 나서는 것은 4·3 특별법 개정으로 가능했다. 법무부는 국회에서 특별법이 논의되던 지난해 11월 검사가 희생자와 유족을 대신해 직권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수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상당 부분이 최종적으로 반영됐다. 법무부는 추미애 전 장관이 재직했던 지난해부터 3차례 제주 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하는 등 4·3 사건 피해에 대한 현지 의견을 청취해 왔다.
법무부는 합동수행단에 고검 검사 1명과 평검사 2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청에서도 실무 인력 2명을 파견받으며, 제주도청 및 행정안전부와도 유기적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법무부는 “향후에도 희생자와 유족 명예가 실질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검찰의 재심 업무 수행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